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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김민섭이 잘되기를 바랐던 마음, 그를 끝내 잘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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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김민섭이 잘되기를 바랐던 마음, 그를 끝내 잘되게 만들어"

입력
2022.05.12 13:00
수정
2022.05.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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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퀴즈' 출연한 김민섭 작가
"항공권 양도하겠다는 마음이 번져
한 청년의 대학 졸업비까지 마련돼"
"타인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잘되게 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왼쪽 두 번째) 작가가 11일 자신이 출연한 tvN 예능 '유퀴즈온더블럭' 방송 이후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의 후일담을 남겼다. 왼쪽 세 번째는 프로젝트의 주인공 1993년생 김민섭씨. '나는 지방대시간강사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왼쪽 두 번째) 작가가 11일 자신이 출연한 tvN 예능 '유퀴즈온더블럭' 방송 이후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의 후일담을 남겼다. 왼쪽 세 번째는 프로젝트의 주인공 1993년생 김민섭씨. '나는 지방대시간강사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11일 방영된 tvN 예능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김민섭 작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의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자신에게서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양도받은 1993년생 김민섭씨에게 쏟아진 관심과 응원이 결국 그를 잘 되게 만들었다며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반드시 그를 잘 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잘 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일이 있었던 지도 어느덧 만 1년이 지났다"며 "그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아마도 '유퀴즈'를 보고 오셨을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먼저 지난해 자신과 동명이인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기대하며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10만8,300원에 구매했지만 아이의 병원 일정이 출국 하루 전으로 잡혀 가지 못하게 됐다. 여행사에서는 1만8,000원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고 저는 그러느니 차라리 타인에게 양도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환불 조건은 까다로웠다. 대한민국 남성이어야 하고, 이름이 김민섭이어야 하며, 여권에 표기된 영문 철자가 같아야 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작가는 글을 올린 지 사흘 만에 열 살 차이의 1993년생 김민섭씨를 찾았다. 93년생 민섭씨는 "휴학생 신분이며 졸업전시 비용을 준비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어째서 1년에 1,000만 원 내외의 등록금을 내면서도 졸업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김 작가에게 연락이 온 것은 93년생 민섭씨뿐만이 아니었다. '민섭씨의 숙박비를 부담하고 싶다'는 고교 교사, '후쿠오카 일일 버스 승차권 그린패스 또는 후쿠오카타워 입장권을 양도하겠다'는 사람, '와이파이를 렌탈해주겠다'는 업체 사장 등이 김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작가는 나중에는 카카오 스토리 펀딩을 통해 '그의 졸업전시 비용까지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며, 결국 "여행을 다녀오고도 한 청년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의 비용이 모였다"고 했다.



"93년생 민섭씨, 받은 것을 되갚기 위해 분명 잘 살아갈 것"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1993년생 김민섭씨. 방송 캡처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1993년생 김민섭씨. 방송 캡처

김 작가는 당시 공항에서 만난 93년생 민섭씨가 여행 전 본인 몫의 공모전 준비를 하느라 밤을 새워 피곤해했다고 떠올렸다. 김 작가는 그런 그를 보며 "1993년생 민섭씨를 도운 많은 이들은 그에게서 주변의 평범한 청년을, 자신의 자녀를, 무엇보다도 언젠가 연약한 시절을 겪었던 스스로를 떠올려" 선뜻 그가 잘되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여행을 잘 다녀오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과제가 됐다"고 했다.

민섭씨는 지난해 출국장에 오기까지 '저 사람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저 사람 덕분에 내가 여행을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을 계속 쳐다봤다고 한다. 그리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며 김 작가에게 "언젠가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씨를 꼭 찾아서 여행을 보내줄게요. 그러기 위해 잘 살게요"라고 약속했다.

93년생 민섭씨는 최우수 졸업생으로 대학을 졸업해 이제 회사원이 됐다. 민섭씨는 김 작가에게 "제가 잘되기를 바란 사람이 많았잖아요. 덕분에 잘 안될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단다.

김 작가는 민섭씨가 계속해서 "자신이 받은 것을 되갚기 위해 잘 살아갈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또 "저는 여전히 그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잘됨은 우리 사회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처럼 저에게 다가올 것입니다"라고 했다. 김 작가는 같은 이유로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잘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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