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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증오범죄' 뒤에는 170여 년 혐오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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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증오범죄' 뒤에는 170여 년 혐오의 역사가 있다

입력
2022.05.12 15: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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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옥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2021년 3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시아 혐오 반대 집회의 한 참석자가 아시아인을 모범 소수민족으로 규정한 '모델 소수민족' 담론을 부정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1년 3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시아 혐오 반대 집회의 한 참석자가 아시아인을 모범 소수민족으로 규정한 '모델 소수민족' 담론을 부정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1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계 남성이 산책 중 폭행당해 숨졌다. 같은 해 3월 뉴욕 지하철에서 스리랑카계 남성이 인종차별적 폭언과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같은 달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이 한국계 여성 네 명을 비롯해 여덟 명을 총격 살해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차별을 막기 위해 조직된 인권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미국 내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는 총 1만905건에 이른다.

아시아인 혐오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일까.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170여 년에 걸친 혐오와 차별의 역사를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 풀어낸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정회옥 지음·후마니타스 발행·264쪽·1만6,000원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정회옥 지음·후마니타스 발행·264쪽·1만6,000원

혐오의 뿌리에는 오리엔탈리즘이 있다. 19세기 말 아시아인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한 '황화론'이 대두됐고, 1960년대에는 모범적인 소수민족을 뜻하는 '모델 소수민족'(Model Minority) 신화가 고개를 들었다. 모두 아시아인을 길들이기 위한 이념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모델 소수민족' 신화는 더 이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각인시키는 한편, 흑인 등 다른 소수집단과의 갈등을 격화시켰다.

혐오의 역사는 서구에만 있을까. 우리의 외국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 현상은 주로 빈국 출신의, 백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편견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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