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CPI 8.5% 상승 비해 4월 상승 폭 둔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세 줄어
예상치 8.1%보다 높아...비관 전망 여전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3% 올랐다.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 수준 상승폭을 기록했던 지난달 CPI 상승 폭(8.5%)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다. 일부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 예상치보다는 실제 결과가 높게 나오는 등 물가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4월 CPI가 8.3% 상승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상승 폭 8.5%보다는 떨어진 결과다. 미국의 물가 상승 폭이 전달에 비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3월에 비해서는 0.3% 올랐다. 이 수치 역시 8개월 만의 최저 월간 상승률이다.
다만 월간 수치로는 7개월 연속 6%를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6% 올랐고, 중고차(22.7%)와 식품(9.4%) 가격도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전월보다 0.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발표 결과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이후 상승 일로였던 미국 물가 상승 속도가 처음으로 느려지기는 했다. 그러나 로이터가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을 집계한 미국 4월 CPI 상승률 전망치(지난해 같은 달 대비 8.1%)에 비해서는 실제 결과가 높게 나왔다.
특히 전날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리터)당 4.3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 전미자동차협회(AAA) 집계 기준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3월 11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인 4.33달러를 넘어선 4.37달러였다. 1년 전(2.97달러)과 비교하면 47.4%나 상승한 수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내 국내 (과제) 최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혼란을 완화하고, 가격 인상을 단속하고,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가격 인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향후 6개월 전략비축유 하루 100만 배럴 방출 등 대책을 공개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4일 미국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인플레이션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부과해온 일부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완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엇이 가장 긍정적 영향을 줄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숙적 중국을 옥죄어왔던 관세 카드 변경까지 고려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원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돌렸다. 특히 “(침공 직후인) 3월 인플레이션의 60%는 휘발유 가격 인상 때문이었다”며 “푸틴의 전쟁은 식료품 가격도 끌어올렸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현재 곡물 2,000만 톤을 저장 중인데 전쟁 때문에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거론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및 공급 차질, 전쟁 여파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물가 상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을 피해 가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하지만 여론은 썩 좋지는 않다. 지난 5일 공개된 미 CNN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경제정책 긍정 평가는 34%에 그쳤다. 응답자의 23%만 경제가 어느 정도 좋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54%)과 12월(37%) 같은 조사에 비해 긍정 답변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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