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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요즘 고민 있으세요?”

입력
2022.05.11 14:5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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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귀를 기울여라’를 지상 과제로 삼은 연재들

편집자주

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오은영의 화해'는 2016년부터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담아 독자의 사연에 응답하고 있는 한국일보의 연재 시리즈다.

'오은영의 화해'는 2016년부터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담아 독자의 사연에 응답하고 있는 한국일보의 연재 시리즈다.

“늘 불안하고 두려웠죠? (…) 네가 옳아. 크면서 부모님에게 듣지 못한 ‘네가 옳아’라는 말, 서연씨는 그 말을 꼭 들어야 합니다.”

낯선 연재물이 등장했다. 2016년 9월 19일 한국일보 지면에 첫선을 보인 ‘오은영의 화해’는 확실히, 당시 편집국(현 뉴스룸)에는 낯선 연재였다. 언뜻 사사롭게 느끼기 십상인 인간 내면의 이야기가 신문 귀퉁이도 아니고, 거의 한 면 전체를 차지했다. 물론 당시로서도 가장 ‘핫한’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게 답을 청해 듣는 방식이었지만, 독자 사연의 분량도 적지 않았다. 어린 시절 가족과의 관계부터 지금 일상의 어려움까지, 통상 기사 한 건을 웃도는 분량으로 지면에 소개됐다.

그땐 알지 못했다. 뉴스룸 내부조차 말이다. 이 낯선 연재, 즉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사연과 오 박사의 조언들이 이렇게 오래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이토록 차곡차곡 쌓여 나갈 것이라는 점을. 시작은 한 인터뷰였다. 당시 라이프 담당이었던 박선영 기자는 인터뷰를 마친 오 박사에게 제안을 건넸다. 외신에는 인간 내면을 다룬 좋은 연재가 많은데 우리도 독자들과 인간 화해를 소재로 진심어린 소통을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많은 고민이 오갔고, 독자의 사연을 받기 시작했다. 단순 사연 제보가 아니라 △본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갈등 △자신의 부모와 어떤 관계였는지, 유년기 및 성장기가 어땠는지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써 달라는 요청과 함께였다. 어렵사리 털어놓은 독자들의 이야기가 쌓였고, 2주에 한 번 바쁜 일정 속 틈을 낸 오 박사에게 담당 기자가 사연을 전했다. 때론 1~2시간에 걸쳐 늦은 밤 수화기 너머로 연재에 담을 해법을 논하다 담당 기자도 울고, 오 박사도 울었다. 오 박사는 최근 매거진 보그 인터뷰에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 아픈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내 주실까. 절대 쉽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어렵사리 꺼내 놓은 독자들의 삶의 이야기는 서로를 단단히 연결하는 힘이 됐다.

어렵사리 꺼내 놓은 독자들의 삶의 이야기는 서로를 단단히 연결하는 힘이 됐다.

독자들이 꺼내 놓은 이야기들은 이랬다. △맞고 자란 기억 끔찍한데, 내가 37개월 딸을 때리고 있네요 △신혼 4개월에 대화가 실종됐어요. 힘들면 떠나라는 남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계 나 몰라라, 책만 사 모으는 아버지가 답답해요 등. 오 박사는 이들 사연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고민한 실질적인 해법들을 전했다.

독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답하는 이 연재는 7년간 이어지며 많은 내면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뉴스룸 내부를 향해서도 적잖은 교훈을 안겼다. 우리가 흔히 ‘기사는 이래야 해’, ‘자고로 뉴스 콘텐츠는 이런 거야’라고 믿어온 것들이 정말 충분했을까라는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이다. 클릭바이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뉴스가 횡행하는 가운데 우리가 ‘그런 비판에서만 자유로우면 충분할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클릭바이트의 유혹에서 벗어나 △사회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부, 공인, 기업을 견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로 어렵다. 게다가 수익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기업으로서 살아남으면서 이 도리를 다하는 일은 곡예에 가깝다. 이 분투에 모두가 지쳐가는 가운데, 다시 문득 돌이켜 보게 된 것이다. “그래도 뭔가 하나 더 잊은 것 같은데.”

열심히는 만들었는데, 이 콘텐츠는 정작 독자가 얼마나 기다렸던 것일까. 얼마나 독자 삶에 밀착해 있는 내용이었을까. 독자들은 이토록 기다렸다는 듯 반가워하는데. 우리 뉴스룸은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데 얼마나 절박했던 것일까. 독자가 기다리는 콘텐츠의 표정은 다양할 텐데 우리는 한쪽만 바라봤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출근'은 일터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에 응답한다.

'그래도 출근'은 일터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에 응답한다.

‘독자에게 귀를 기울여라’를 지상 과제로 삼은 연재는 그렇게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출근은 우리가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한 현실 대처법을 조목조목 담는다. △6년 만에 임신을 했는데 회사에선 '무능력한 직원'이 됐습니다 △”내 사전에 4대 보험 없다"고 큰소리치는 우리 사장님 어떻게 하죠 등 다양한 일터 고민을 논한다. 담당 기자가 직장갑질119,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을 찾아 청해 들은 해법을 정리해 소개하는데 관련 법안, 판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단체에 대한 안내 등이 총망라되는 식이다. ‘몰아보기 연구소’, ‘별별치유’처럼 독자들에게 권하는 콘텐츠를 추천ㆍ큐레이션 하는 연재도 있다.

독자를 우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독자들이 기다리는 신문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는 맹렬히 파헤치지만, 유용한 아파트 청약과 정책 정보는 알기 어려운 곳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직장 갑질의 심각성은 집요하게 취재하지만, 정작 독자가 일상에서 체험하는 여러 갑질의 풍경과 대응책에 무관심한 매체를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팀 에레라 뉴욕타임스(NYT) 스마터리빙 수석 에디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2017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해 주목을 받았다. “독자가 목말라 있다면 대응하는 게 책임이다. 뉴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야 10년이고 50년이고 성장할 수 있다.” 많은 매체가 잊었던 한 축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독자가 원한다면 응답하는 일. 그래서 뉴스룸은 오늘도 묻는다. "독자님, 요즘 고민 있으신가요?”

▶ 오은영의 화해

※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고통 때문에 힘겨운 분이라면 누구든 상담을 신청해 보세요. 상담신청서는 한국일보 사이트(https://www.hankookilbo.com/oh-counseling) 또는 아래 바로가기를 통해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하신 후 이메일(advice@hankookilbo.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상담 내용은 한국일보에 소개됩니다.

▶ 그래도 출근

※ 회사 생활을 하며 말 못 할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해결책이 궁금하시다면 누구라도 제보를 해주세요. 이메일(119@hankookilbo.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상담 내용은 한국일보에 소개됩니다.

김혜영 커넥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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