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꼰대' 아빠를 설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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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꼰대' 아빠를 설득하려면

입력
2022.05.12 14:00
수정
2022.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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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러분의 일상다반사를 들려주세요. MBTI상 확신의 논리형(T)인 8년차 기자와 뼛속까지 공감형(F)인 4년차 기자가 하나의 고민에 서로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입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고민에 특유의 단짠 제안을 해드립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결혼의 압박을 받고 있는 35세 직장인. 게티이미지뱅크

35세 직장인입니다. 저는 제 삶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퇴근 후에는 클라이밍 등 여러 취미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유일하게 제 삶에서 괴로운 점은 바로 가부장적인 아빠인데요. 저희 아빠는 제가 20대 후반이던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게 "여자는 30세가 되기 전에 시집을 가야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어김없이 "더 늦기 전에 결혼해서 효도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건 저희 엄마의 삶을 보면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결심한 겁니다. 저희 아빠는 가부장적이에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라며 손 하나 까딱 안 하셨어요. 엄마는 평생 아빠 눈치를 보고 살았죠.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비연애주의까지 외치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저 조금 더 자유롭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에요.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서 같이 살아갈 수는 있겠죠. 그냥 '정상 가족' 프레임에 갇혀 "남들 다 하니까" 등 떠밀려서 결혼을 급히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빠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화부터 내세요.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결혼 안 한 사람들은 나중에 다 후회하고 외롭게 늙어간다" 등 협박 아닌 협박도 하세요.

저는 그저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저 혼자 살아가도 되고, 필요하면 동거인을 구해서 살아가도 되고요. 아빠에게는 이성애 정상 가족 외에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아빠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정수민(가명·35·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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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도 친척들에게 "빨리 시집가야겠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정상가족' 범주 바깥에서 서로의 가족이 돼주기로 한 이들이 계속 늘고 있죠. 2년 전쯤 그저 책이 좋아 홀로 훌쩍 떠난 '북스테이'에서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2인가구였던 부부인 부추와 돌김, 1인가구였던 우엉, 이 세 사람이 공동 명의로 땅을 구매해 직접 집을 짓고 사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들은 제가 머문 그 책방의 주인장들이었더라고요. 부추와 우엉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고, 돌김과 부추는 부부입니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는 부추를 빼고 손님인 저와 우엉, 돌김은 함께 책방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셋이서 집짓고 삽니다만 · 우엉, 돌김, 부추 지음

서울 집값에 놀란 이들은 그저 "같이 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서 함께 대출금을 모아 강화도에 집을 지었습니다. 동거만 할 뿐 아니라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죠.

혹자는 이를 보고 이상한 관계라고 손가락질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본 이들은 그저 '동등한 1인가구들이 모여' 가족을 이뤘을 뿐입니다. 밥을 다 먹고 일어서는데, 우엉이 돌김에게 급히 설거지를 부탁했습니다. 돌김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뭐야, 조금 서운한데"라고 답하더군요. 그냥 영락없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마음 맞는 이들끼리 함께 공간과 경제를 공유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일 뿐인데 왜 이들은 민법상 '가족'이 되지 못할까요. 왜 이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할까요. 아직 우리나라는 '이성애 부부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해서일 겁니다.

혈육만 안 나누었을 뿐, 의식주를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들을 단순히 ‘경제 공동체’라는 말로 서술할 수 있을까요.

그날 밤, 손님 방에 누우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서로를 선택한' 이들이야 말로 진짜 가족일 거라고요. 수민씨의 아버지가 '민법' 제779조에 있는 가족의 범위 그 너머를 상상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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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조립식가족' 화면 캡처

'가족: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가족'의 뜻입니다. 이 뜻풀이에 동의하시나요? 아니면 이 같은 정의가 다소 협애하다고 느껴지나요.

저는 비혼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수민씨의 고민에 무척 공감이 갑니다. 특히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가정을 이루는 30대의 시기를 지나가다 보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먹었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마련이죠. "그러다가 늙어서 외로워진다", "결국 언젠가는 다 결혼하더라"처럼 누군가 무심하게 던지는 훈수는 어떻고요. 여전히 혈연과 혼인을 중심으로 가족 공동체를 꾸려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형태의 결합은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저는 수민씨처럼 가족과 친밀한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가진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다양성도 배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오늘날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 영국의 시민동반자법, 미국의 시민결합제도 등 여러 나라에서 혈연이나 혼인 이외에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제도가 준비되어 있죠.

한국도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생활동반자법안)을 발의한 이후, 대안 가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 황선우)',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등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규정해온 가족의 모습에 의문을 던지는 책도 다수 출판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강력한 가부장제 아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익숙한 수민씨의 아버님에겐 이 같은 설명이 좀처럼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조금 더 친숙하게 한 걸음을 떼기 위해 오늘은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할게요. tvN에서 방영하는 '조립식가족'입니다. 조립식 가구, 조립식 주택도 아닌 조립식 가족이라니. 벌써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공식 홈페이지 소개글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관찰해 본다'며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해요.

tvN '조립식가족' 화면 캡처

성격과 취향이 맞는 동성 친구인 댄서 모니카와 립제이, 경제적 부담을 나누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족처럼 사는 배우 김대명, 현봉식, 이천은, 그리고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보다 동거를 선택한 개그맨 임라라, 손민수는 각각 자신들만의 '조립식 가족'을 꾸리는데요. 독특한 점은 85세의 배우 김영옥이 MC로 출연한다는 점이죠. 나이가 들면 결혼, 출산 과정을 이행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절을 살아온 이의 시선에서 '조립식 가족'은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피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수민씨는 삶의 여러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상상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을 때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고요. 반면 아버님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경로'를 안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지금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소통과 설득일 것입니다. 이 한 편의 예능을 통해 서로 간의 인식을 좁히는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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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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