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영역 다툼에 민간인 75명 사망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대학살"
거리 곳곳에서 시신 수십 구 부패 중
시민 최소 9000명 집 떠나 피란길에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무법천지로 변해가고 있다. 그간 백주대낮에도 납치와 총격사건이 횡행해왔지만, 최근에는 갱단 간 알력 다툼 속에 산 채로 불에 타 숨진 사람까지 나오는 등 잔혹함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민간인들마저 대거 희생양이 되면서 1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떠나 거리를 떠도는 처지에 놓였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북부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악명 높은 갱단 ‘400 마우조’와 ‘셴 메샹’이 거센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2주 넘게 이어진 폭력 사태로 최소 148명이 숨졌다는 게 아이티 인권단체 국가인권수호네트워크(RNDDH)의 분석이다.
아이티에서 갱단 간 충돌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이번 갈등은 단순한 '이권 다툼' 수준을 넘어섰다. 유엔은 희생자의 절반이 넘는 75명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극악무도한 만행이 벌어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희생자들은 흉기로 잔혹하게 피살됐고, 거리에서 산 채로 불에 타 목숨을 잃은 경우도 나타났다.
살해된 여성 대부분에서는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갱단이 10세 미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벌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시신 30여 구는 거리에 방치된 채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일부 시신은 우물이나 화장실로 사용하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에 버려진 상태다. RNDDH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대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주민들은 탈출에 나섰다. 지금까지 최소 9,000명이 맨몸으로 집을 떠나 교회, 학교 등에 마련된 임시 쉼터에 머물거나, 기약 없는 노숙 생활로 연명하고 있다. 두 갱단 간 총격과 폭력 양상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언제든 다시 거세질 수 있는 탓에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아이티가 무법ㆍ무정부 상태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민 10명 중 6명이 극빈층인 아이티는 경제 위기와 치안 부재 속에 수십 년간 갱단이 득세했다. 갱단은 지난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7월)과 최소 2,200명이 사망한 지진 발생(8월)으로 정치ㆍ사회적 불안이 고조된 틈을 타 더욱 세를 불렸다. 포르토프랭스의 경우 갱단이 수도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갱들의 천국’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는 일상이 됐다. 아이티 비영리기구 인권분석연구센터(CARDH)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선 외국인을 포함해 1,000명 넘는 사람들이 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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