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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인하에도 시중 기름값은 더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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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인하에도 시중 기름값은 더 올랐다

입력
2022.05.11 11:30
수정
2022.05.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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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품에 연동되는 국제 제품가 최고 수준
환율 초강세에 원유 수입 가격 동반 상승
평균 경윳값은 14년 만에 휘발유 추월

지난 9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주유소가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경유 재고 부족 등으로 유류세 인하 폭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적어 전국적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주유소가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경유 재고 부족 등으로 유류세 인하 폭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적어 전국적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됐지만 정작 소비자 사이에선 정책 체감도가 미미하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유류세를 사상 최대로 낮췄어도 휘발윳값은 찔끔 인하에 그쳤고 생계형 운전자 의존도가 높은 경윳값은 내리긴커녕 도리어 시행 전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휘발윳값 83원 내린다더니…실제론 30원 찔금 하락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45원(서울 2,004원)으로 집계됐다.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전국 1,975원·서울 2,040원)과 비교하면 10일 동안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고작 30원 내렸다. 특히 이달 1일 이후 5일 연속 떨어졌던 휘발윳값이 6일부터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면서 인하 폭은 더 줄었다.

전국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 추이. 10일 오전 기준 휘발유 가격은 L당 1942.38원, 경유는 1938.08원으로 차이가 4.3원에 불과하다. 뉴시스

전국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 추이. 10일 오전 기준 휘발유 가격은 L당 1942.38원, 경유는 1938.08원으로 차이가 4.3원에 불과하다. 뉴시스

경윳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지난달 30일 전국 평균 경윳값은 L당 1,921원이었는데, 이날 정오에는 1,946.65원으로 약 25원 비싸졌다. 휘발유 평균가격(1,945.88원)보다도 0.77원이 높다.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건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경유보다 40%나 높아 휘발유가 경유보다 100~200원 비싼 게 일반적이라 '역전 현상'은 그만큼 경윳값이 홀로 치솟았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내려갈 걸로 기대했던 소비자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되면 휘발윳값은 L당 평균 83원, 경윳값은 58원 내려갈 거라고 홍보했는데, 실제 결과는 정부 예상과는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국제 제품 가격 초강세 영향…시민단체 "업계 미적"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에도 기름값 인하 효과가 미미한 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연일 강세를 보여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가 아니라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관세, 유통비용, 마진 등을 더해 최종 판매 가격이 정해진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지만 국내 기름값은 하락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지만 국내 기름값은 하락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달리 이달 첫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41달러로 직전 고점(142달러) 수준에 근접했고, 경윳값은 162달러로 거의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막히면서 최악의 수급난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한 정유사 임원은 "환율도 초강세라 원유 수입 가격도 뛰었다"며 "이런 요인이 맞물리며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돼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분석한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분석한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

일각에서는 정유업계가 유류세 추가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를 분석했더니 지난 8일 기준 전국 주유소 중 휘발윳값과 경윳값을 추가 인하분(각각 77원·38원)만큼 내린 곳은 각 16%와 12%에 그쳤다. 반면 이 기간 전국 주유소의 44%는 경윳값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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