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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전 美 국방 "한국이 중국에 끌려가는 상황 우려"·"주한미군 가족대피령 발표 준비도"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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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전 美 국방 "한국이 중국에 끌려가는 상황 우려"·"주한미군 가족대피령 발표 준비도" 폭로

입력
2022.05.10 15:15
수정
2022.05.1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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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 출간
"트럼프, 주한미군 완전 철수 제안"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간 일촉즉발의 시기였던 2018년 1월 주한미군 가족들에 대한 소개령을 내리려다 결국 접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에스퍼 전 장관이 쓴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한미관계와 관련 "평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일치한다고 확신했지만, 나는 한국이 무역, 경제, 지형이라는 중력에 끌려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을 걱정했다"고 적었다.

그는 "핵심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유지하면서 중국을 경제 파트너로 선택하고, 이런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양립할 수 없지만 한국은 이 길로 향하는 듯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북 상주 포대에 배치된 미군의 생활여건이 열악해 한국 정부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럴 때마다 한국 측은 인내를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서울(한국 정부)의 무반응이 국내 정치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일본발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보류 등으로 갈등을 겪은 데 대해 "큰 그림에서 한일 양국은 물론 미국도 지는 상황이었다"며 "북한과 중국만 내분으로 이익을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장이 자신의 제안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19년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이런 방안을 제시했고 당시 문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미일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에 가입하는 게 필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7년 7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9월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상황도 자세하게 털어놨다. 에스퍼 전 장관은 "당시 미국과 한국은 매일 준비태세 회의를 열었고, 민간 대피 계획과 통신망을 연습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월 미 국방부에서 연락을 받은 그는 "대통령이 모든 주한미군 가족을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날 오후 발표한다는 연락이었다"며 "믿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피 명령을) 북한이 어떻게 생각할까였다"며 "김정은은 아마도 미국의 철수를 분쟁의 전주로 볼 것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피를 발표한다면 우린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경고는 사라졌고, 분명히 누군가 대통령이 트윗을 보내지 않도록 설득해 위기와 전쟁을 피했다"고 기억했다. 미 CNN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을 트윗으로 발표하려다가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막후 교섭으로 불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 중 일부는 기이했다”며 “주한미군 완전 철수 또는 아프리카에서 모든 군사ㆍ외교 인력 철수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중 어느 것도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침착하게 팩트, 데이터, 논거로 대응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반박에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방장관으로 일하다 경질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방위비협상 압박 카드로 ‘주한미군 완전 철수’ 등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당시 주무장관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또 “나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위해 의회가 책정한 2억5,000만 달러를 승인하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했고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주장에) 합류했다”며 “우리 중 누구도 트럼프가 이 문제에 저항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라고 했다.

앞서 에스퍼 전 장관은 경찰에 의해 질식사당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후 불붙었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대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신은 그들에게 총을 쏴버릴 수 없느냐”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8일 미 CBS 인터뷰에서 이 상황을 공개하며 “충격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격 주장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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