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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시민단체, 동국대 전·현직 총장 고발…"교비 횡령해 조계종에 기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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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시민단체, 동국대 전·현직 총장 고발…"교비 횡령해 조계종에 기부" 주장

입력
2022.05.10 14:34
수정
2022.05.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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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전·현직 총장이 교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학내 사찰에 기부된 헌금을 비정상적 경로를 통해서 대한불교조계종 종단에 기부했다는 의혹이다.

불교계 사회단체인 교단자정센터(자정센터)는 10일 동국대 윤성이 총장과 한태식(보광 스님) 전 총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단체는 두 총장이 조계종단에 각각 3억 원과 1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이후,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설치된 학내 사찰인 정각원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비정상적 경로로 조계종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자정센터에 따르면, 정각원은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설치된 사찰로 학교가 소유하고 있다. 정각원 기부금이 학교의 예산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각원 원장의 개인 통장에 입금됐다가 조계종 종단에 불사기금 명목으로 전달됐다는 것이 이 단체가 제기한 주장의 핵심이다.


교단자정센터가 동국대 전현직 총장이 정각원 원장 명의의 통장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자기앞수표로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통장 내역. 붉은 선 안쪽에 2019년 6월 26일 2,000만 원이 자기앞수표로 발행됐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다. 인적사항이 드러난 부분은 회색 선으로 가렸다. 교단자정센터 제공

교단자정센터가 동국대 전현직 총장이 정각원 원장 명의의 통장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자기앞수표로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통장 내역. 붉은 선 안쪽에 2019년 6월 26일 2,000만 원이 자기앞수표로 발행됐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다. 인적사항이 드러난 부분은 회색 선으로 가렸다. 교단자정센터 제공


손상훈 자정센터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정각원장 개인통장으로 조성된 비자금을 통해 한태식 총장은 2017년 8월 16일 조계종 총무원 4층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을 만나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이 다음해 6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설정 스님에게 2,000만 원을 성역화 불사금 명목으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자정센터는 돈은 모두 자기앞수표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자정센터는 윤 총장도 2019년 6월 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원행 총무원장에게 2,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자정센터는 “한 총장은 자승 총무원장에게 ‘동국대 구성원들이 몰라야 된다’면서 사진 촬영을 거부했고, 언론 비보도를 요청했다”면서 당시 불교신문에 실린 기부자 명단에 동국대나 정각원이 아닌 한 총장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자정센터는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민신문고로 접수돼 현재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원장은 “윤성이, 한태식 총장의 행위는 사립학교법을 명백히 위반한 불법행위”라면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사적 행사에 동국대 정각원의 돈, 학교의 교비가 위법하게 지원비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호 조계종금권선거신고센터 단장은 “교비를 횡령한 자가 있지만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이 돈을 수령한 자승 스님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단자정센터가 10일 공개한 동국대 서울캠퍼스 정각원에 설치됐던 불전함 사진. 교단자정센터 제공

교단자정센터가 10일 공개한 동국대 서울캠퍼스 정각원에 설치됐던 불전함 사진. 교단자정센터 제공


이에 대해 동국대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국대 관계자는 “정각원이 학교 내 조직이지만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이다. 종단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금을 모으면 우리도 불전함(기부금 상자)을 정각원에 놔둔다. 어떤 명목으로 설치했는지 써 놓는다. 불사를 위해서 신자들이 낸 금액은 그 목적에 맞게 종단에 줘야 한다. (스님들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하는 돈은) 근본적으로 교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각원 원장의 개인 통장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불전함을 그대로 종단에 갖다 주면 되는데 실무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까 그것을 (개인 통장에) 입금해서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 불전함에 100만 원이 들어왔는데 80만 원만 입금됐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스님들에게 돈이 전달됐더라도 그 돈은 애초에 종단을 위해 모금된 기부금일 뿐 교비가 아니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동국대는 종립대학으로서 구성원이 대부분 불교 신자"라면서 "종단에서 불사(불교의 일)를 진행하면 구성원들이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 어느 단체에 (모금액을) 할당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모금하고 여러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인 주장과 학교의 주장이 너무 상반돼서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법만 가지고는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정각원은 학교 시설이다.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정상적인 정각원 통장으로 들어간 돈을 기부하면 문제가 되니까 개인 통장으로 넣었다가 기부한 것”이라면서 “교육부에서 조사를 시작한 지 굉장히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고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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