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안나라' 김성윤 감독 인터뷰
'이태원 클라쓰' 이어 웹툰 영상화
음악에 감정 담아 뮤지컬 형식 차용
화려한 색감의 판타지 드라마로
'어른이 되는 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작품 되길"
"나는 나다워야 하는데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평균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를 쓸까요?" 먹먹한 명대사를 여럿 던지며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힌 웹툰 '안나라수마나라'가 지난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섬세한 감성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0일 화상으로 만난 김 감독은 "원작에 담긴 메시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게 쉽지 않은 사회인 것 같아요. 우리가 꼭 평균치가 아니라고 해도 단 한 사람만 믿고 지지해준다면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 감독이 '안나라수마나라'에 담고자 한 메시지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버려진 유원지에 사는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이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대뜸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라고 묻는 리을을 철없는 어른으로 속단하기도 잠시, 아이와 일등은 마술을 배우며 점차 그를 신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가난에 지쳐 잃어버린 소중한 감정을, 일등은 부모에게 등 떠밀려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꿈을 되찾는다. 유원지 밖 사회의 기준에서 부적응자로 손가락질받는 리을은 살인·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아이와 일등에게 "나는 나를 믿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장르물 중심이었기 때문에 "동화 같은 이야기가 통할까"하는 김 감독의 고민이 무색하게 '안나라수마나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플릭스패트롤)를 기록했다.
2010년 연재된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안나라수마나라'는 뮤지컬 요소를 가미해 '판타지 뮤직 드라마'로 그려졌다. 지난 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것처럼 약 8년 전부터 영상화를 고민해왔다는 김 감독은 "무식했기 때문에 용감했던 도전"이라며 웃었다.
자신을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한 김 감독은 뮤지컬적 요소를 더했지만 '안나라수마나라’는 "감성 성장 드라마"라고 규정했다. 음악은 작품 속에서 인물의 성장에 따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였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원작에서 주인공인 아이의 속마음이 나오는 부분을 영상에선 내레이션이나 독백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자칫 남발하면 지루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인공의 주된 감정을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음악을 썼다"고 밝혔다. 마술사 리을이 불꽃놀이를 선보이거나 눈을 내리게 하는 등 마술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판타지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배경음악을 활용했다.
원작을 구현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김 감독은 전작인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웹툰의 영상화를 시도한 바 있다.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도전을 이어가면서 주변에서 '모 아니면 도'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도 아니면 '백도'"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웹툰은 2D, 영상은 3D 잖아요. (원작의) 텍스트 사이에는 행간이 있고, 행간 안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가공을 거치면서 상상하던 그대로 구현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지만, 제작진과 배우 모두의 해석이 더해지면서 작품이 입체화될 수 있다는 거다. 원작자인 하 작가도 기대 이상으로 작품을 잘 봤다며 감사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원작 웹툰의 작화는 대부분 흑백인 가운데, 리을이 마술을 쓰는 장면 등이 일부 색감으로 표현된다. 김 감독도 "1화만큼은 흑백, 모노톤으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원작의 느낌, 아이가 가진 처연함, 현실의 암울함"을 살리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는 원작과 달리 작품 전반을 화려한 색감으로 담아냈는데 김 감독은 "현실과 차별화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부연했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안나라수마나라' 속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고민이다. 김 감독은 12세 관람가인 만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안나라수마나라'가 어른이 된다는 것이나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한 어떤 답을 주기보다는 작품을 보는 분들이 위로받고, 결핍이 있다면 채워줄 수 있는, 의지가 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리을이 펼치는 마술처럼 '작은 기적'이라고 느꼈으면 해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