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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필리핀… 총기 난사·수류탄 폭발에 투표기 고장까지 [필리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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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필리핀… 총기 난사·수류탄 폭발에 투표기 고장까지 [필리핀 대선]

입력
2022.05.09 22:33
수정
2022.05.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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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반군 선거 테러에 3명 사망ㆍ9명 중상
수도 마닐라 등 투표기 고장에 선거 부정 의심

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케손 피나얀 투표소에 도착한 시민들이 투표기 고장으로 대기하고 있다. 필리핀 스타 캡처

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케손 피나얀 투표소에 도착한 시민들이 투표기 고장으로 대기하고 있다. 필리핀 스타 캡처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 필리핀이 정치 불안과 투표 시스템 미비로 몸살을 앓았다.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에선 총기 난사와 수류탄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전국 곳곳에서 투표기 고장으로 인한 '부정선거 의혹'도 불거졌다. 현 정부는 "지난 대선보다 상황이 양호하고 더 큰 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향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대선이 진행된 이날 총기를 소지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남부 민다나오섬 블루안 자치구 투표소에 난입해 실탄을 난사했다. 현장에 파견된 경비요원 3명이 즉사했으며,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전날에는 같은 섬 마긴다나오주 투표소 두 곳에서 수류탄이 5차례 터져 시민 8명이 부상했다. 이틀 새 민다나오섬에서만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한 것이다.

현지 당국은 "최근 급격히 세력이 약화한 민다나오섬 이슬람 반군이 대선을 이용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테러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군경을 집중 투입해 추가 피해는 없었으며 희생자를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의 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당국의 해명처럼, 이번 대선은 적어도 공식 신고된 사건·사고 발생 건수 측면에선 지난 대선보다 조용한 모습이다. 2016년 제16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총 113건의 총기 및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선 만다나오섬 사건을 포함해 총 16건의 불상사만 확인됐다. 투표 전날부터 전국 모든 식당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군경 및 공무원 6만여 명을 현장에 동시 투입, 강력 사건을 예방한 조치의 결과라는 게 현 정부의 설명이다.

필리핀 경찰 관계자 역시 "이번 선거의 경우, 가장 첨예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 후보 간 경쟁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의 완승으로 일찌감치 예측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았다"며 "이미 발생한 사건 대다수도 주지사 혹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분쟁"이라고 밝혔다.

사건·사고는 줄었지만 필리핀의 고질적 선거 운영 불안은 여전했다. 이날 수도 마닐라 등 전국 1,900여 곳에 설치된 투표 기계가 고장나면서, 줄 서 있던 수많은 시민들은 오후 7시까지 예정된 투표 시간 안에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에 야권 및 시민단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표 시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대선에 사용된 투표기를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가 공급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권 차원의 선거 부정까지 의심하고 있다.

필리핀 외교가 관계자는 "앞선 대선에선 정권 차원의 선거 개입이 수차례 발생했다"며 "투표기 사태 역시 선거 결과와 별개로 정국을 또다시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마닐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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