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일부터 양도세 중과세율 면제
보유세 기산일 전 처분 기대하는 매물 증가
추가 세부담 기대에 호가는 그대로
10일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배제를 앞두고 매물이 늘고 있다. 보유세 기산일인 다음달 1일 전 보유세와 양도세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세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문턱도 여전히 높아 이 같은 매물 출회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 관측이 우세하다.
기재부 "10일부터 다주택자 2년 이상 보유 주택에 중과세율 배제"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년간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게는 10일부터 양도세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기본세율 6~45%에 최대 30%포인트가 중과되는데, 10일 이후 양도분은 기본세율로만 내면 되는 것이다.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인정된다.
양도세 개편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지난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소득세법 손질에 앞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양도세 한시 완화 방침을 발표하고 정부 출범 직후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수위와 논의를 통해 이달 말 개정 시행령을 공포하되 10일 이후 양도분부터 소급해 적용하기로 협의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고, 보유세 기산일 전 매도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매물 출회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발표 이후 수도권 매물은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5,509건으로 3월 31일 5만1,537건보다 7.7% 증가했다. 경기 아파트는 9만9,911건에서 10만7,742건으로, 인천은 2만2,062건에서 2만4,046건으로 각각 7.8%, 8.9% 늘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그동안 세부담 때문에 버티던 집주인들이 한시 완화 기간을 활용해 세제 혜택을 받으려고 매물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물 늘었지만 집값 안정은 "글쎄"
다만 매물 증가가 호가 하락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게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서울 도봉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씨는 "매물이 늘기는 했지만 가격은 내리지 않는 '배짱 매물'들일 뿐"이라면서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윤 정부에서 추가 세부담 완화책이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감과 가격 상승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B중개업소 대표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외지인들의 매수 문의는 이따금 있어도 집주인들은 정부 대책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윤 당선인이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예고했으니 다주택자들은 당장 팔지 말고 좀 더 기다려보는 게 낫다" "1년 후에도 90%의 확률로 배제 조치가 연장될 것이라고 본다" 등의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부담이 여전한 점도 거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985건이다. 신고기한(30일)을 감안해도 월간 거래량이 지난해 4월(3,655건) 수준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현재는 매도자의 희망 가격과 매수자의 부담 가능 가격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장 양도세 완화 조치가 가격 하락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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