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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도자가 사람을 마구잡이로 쓸까마는

입력
2022.05.10 0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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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박성진서울여대 중문과 교수
측천무후.

측천무후.

오늘은 20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하여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마침 각료들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라 관련 고사가 생각났다.

중국 역사에 유일무이한 당(唐)나라 여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는 사람 욕심이 많았다. 후세 유학자들은 정통성 시비와 사생활 문제 등으로 그녀를 격렬하게 비난하지만, 정치력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황제이다. 무후의 정치적 성공은 유달리 인재 욕심이 많았던 성격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녀의 사람을 포용하는 도량, 알아보는 지혜, 탁월한 용인술(用人術)은 마오쩌둥도 높이 평가했다.

인재 욕심 없는 권력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사람마다 의욕과 능력이 다르기에 감식안도 천양지차다. 아무리 혼군(昏君)이라도 고의로 무능한 소인배를 골라 쓰지는 않는다. 다만 그 안목이 저급해서 허명을 누리는 패거리들을 인재랍시고 발탁할 뿐이다.

측천무후는 남편 고종이 죽자 적법한 후계자인 아들 중종을 유폐시키고 스스로 제위에 올랐다. 이에 전국이 들끓었고, 684년 서경업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군의 격문은 당나라 유수의 문장가 낙빈왕(駱賓王)이 썼다. 격문이 낙양에 전달되자 코웃음을 치며 읽던 무후는 "선제 고종을 장사 지낸 무덤의 흙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그 아드님 중종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一抔之土未乾, 六尺之孤何在)"라는 구절을 보고 놀라면서 누가 썼느냐고 물었다. 누군가 낙빈왕이 썼다고 하자, 무후는 "이만한 사내를 발탁하지 못하고 놓친 것은 재상의 책임"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런 인물을 내버려 뒀으니 반란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질책은 그녀의 인재에 대한 중시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후가 기용한 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가 적인걸(狄仁傑, 630~700)이다. 적인걸에 대한 황제의 기대와 신임은 대단했다. 하루는 무후가 적인걸에게 천하의 기사(奇士)를 추천하라고 했다. 이에 적인걸은 시골에서 미관말직을 전전하고 있던 장간지(張柬之, 625~706)를 추천했다. 그러자 무후는 장간지를 도성으로 불러 부시장에 임명했다. 한참이 지나 또다시 인재를 구했다.

적인걸이 "벌써 추천했습니다. 바로 장간지입니다. 폐하께서는 그를 임용하시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하자, 무후는 "아니, 벌써 발탁한 지가 언젠데"라며 의아해했다. 적인걸이 말했다. "부시장 자리에 제수한 걸 발탁이라고 하십니까. 저는 그를 재상감으로 추천해 올렸습니다."

무후는 즉각 장간지를 추관시랑(법무차관)에 임명했고 결국 재상으로 삼았다. 무후가 병들어 눕자, 정권을 농단하던 남총(男寵) 장씨 형제를 제거하고 유폐당했던 중종을 복위시켜 나라를 바로잡은 이가 장간지였다. 적인걸은 나라의 미래를 보고 인물을 고르는 안목이 있었고, 장간지는 과연 인물이었다는 미담이다.

무후 본인은 분명 인재를 좋아했고 장간지를 기용했다고 여겼겠지만,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하여 이 고사는 선용(選用)보다 선용(善用)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즉 단순히 선발하여 임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지도자나 권력자가 마구잡이로 사람을 쓰겠는가. 분명 꼼꼼히 따져보고 임용할 것이다. 그러나 왜 어떤 조직은 성공하고 어떤 정권은 실패하는가. 인재들에게 걸맞은 자리를 주지 않아 역량을 사장(死藏)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은 인재를 선용(善用)하기 바란다. 아, 물론 이상의 내용은 대한민국이 당나라보다 낫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박성진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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