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백악정 정자목 설명 전해
"두 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 광장이
평화와 상생의 상징 되란 소망인 듯"
청와대 백악정의 두 정자나무. 오른쪽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느티나무, 왼쪽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은 서어나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세 좋게 자라는 느티나무와 어우러지라'는 배려와 존중을 담아 노 전 대통령이 느티나무 대신 서어나무를 심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연재했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마지막 글로 청와대 백악정의 두 정자목 이야기를 전했다.
박 수석은 8일 페이스북에서 북악산 남쪽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산행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 참모진, 기자단에게 들려준 백악정 정자목 이야기를 소개했다.
박 수석은 백악정이 관저 뒤의 광화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정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땀 식힐 새도 없이 마치 '이 이야기는 꼭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듯 설명을 이어갔다"며 문 대통령의 말을 옮겼다.
"이 백악정 양옆에는 보다시피 두 그루의 정자목이 자라고 있습니다. 백악정을 마주 보고 우측에 있는 나무가 김대중 대통령께서 심었던 느티나무이고, 좌측에 있는 나무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심었던 서어나무입니다."
박 수석은 "김대중 대통령의 느티나무는 기세 좋게 자라서 백악정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어나무는 백악정의 일부만 차지하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식수를 한 시차 때문에 생긴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했으나, 문 대통령은 조금 다른 설명을 했다고 썼다.
"원래 노무현 대통령님은 느티나무를 참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크기나 세력이 작은 서어나무를 선택하여 심으셨어요. 지금 돌아보면 정자 좌우에서 느티나무 두 나무가 크게 성장을 하면 서로 뒤얽혀 좋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느티나무와 잘 어울려 자랄 수 있는 서어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닐까 생각이 돼요. 존중과 배려죠."
청와대 백악정에서 내려다보이는 광화문광장 전경. 박수현 수석 페이스북 캡처
박 수석은 "두 대통령의 나무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은 백악정에서 광화문광장을 바라보셨을 것이다. 광화문의 촛불도, 태극기도, 함성도, 만세도 모두 가슴에 담으셨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제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이 두 전임 대통령의 두 정자목을 '존중과 배려'로 말씀하신 이유는, 아마도 이 두 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이 '존중과 배려', '평화와 상생'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수석은 "조금 떨어진 곳에 심은 문 대통령의 은행나무도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나무와 함께 이곳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명의 광장'을 오래도록 기도할 것이다"며 글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9일 임기를 마친다.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정문을 통해 '퇴근'을 하고, 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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