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墨子)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한학자인 기세춘씨가 6일 오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기모란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의 부친이기도 하다. 향년 85세.
고인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 기대승의 15대손으로 1937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웠고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교사와 공무원을 거쳐 '교육평론'에서 취재부장으로 일했다. 1963년에는 동학혁명연구회를 발족시켰다가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당시 연구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고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묵자를 완역하고 해설한 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출간된 '묵자-천하에 남이란 없다'라는 책이다. 1994년에는 문익환 목사와 이 책에 대해 주고받은 서신이 '예수와 묵자'라는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고인은 묵자학당을 만들어 강의했고, 여기서 배운 이들이 2009년 묵자학회를 창립했다. 묵자학회는 현재 묵자연구회로 이어졌다.
이후로도 고인은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신영복 전 교수와 함께 내놓은 '중국역대시가선집'(1994년)을 비롯해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2002년) '성리학 개론'과 '장자' 완역서(2007년) '노자강의'(2008년) '논어강의'(2010년) '실학사상'(2012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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