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여아 성추행 40대 남성에 징역 7년
원심 파기 대법 "진술 영상 증거 인정 안 돼"
"2차 피해 막을 영상 재판 확대 등 대책 시급"
대법원이 미성년 아동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중형이 선고된 피고인을 다시 재판하라고 주문했다. 피고인 동의 없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영상을 증거로 인정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감안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가해자를 맞닥뜨리는 등 2차 피해가 연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 간음 및 추행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2020년 B(사건 당시 12세)양을 상대로 강제로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급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①강제추행한 적이 없고 ②B양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A씨 2심 선고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19세 미만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 녹화 영상 등이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에 의해 사실로 인정받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2차 피해를 막긴 하지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아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 결정 뒤 A씨 재판도 반전을 맞았다. 대법원은 △위헌 결정을 하급심 재판에 소급 적용해야 하는지 △A씨 사건에 적용된 아동청소년법 제26조 제6항에도 위헌 결정 효력이 미치는지 따져 봤다. 쟁점으로 떠오른 아동청소년법은 위헌 결정을 받은 성폭력처벌법 조항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위헌 결정을 하급심 재판에 소급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은 비형벌조항이고, 비형벌조항은 당해 사건 또는 병행 사건에 위헌 결정 효력이 소급해 미친다"고 판단했다. A씨 사건은 위헌 결정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인 '병행 사건'으로 분류됐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영상물 등의 증거 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영상과 속기록을 유죄 증거로 인정한 반면, B양을 증인 신문하지 않았다. A씨 또한 영상과 속기록을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 제6항도 위헌 결정 효력이 미친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며 "원심은 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이 위헌인지 심리해야 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2차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속히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성인 여성도 법정 증언을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는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 피해자들은 2차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며 "파기환송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피해자 보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영상 재판 확대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고인 반대신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해 이달 중 전국 39개소 해바라기센터와 영상 증인 신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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