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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차마고도만큼 높아진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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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차마고도만큼 높아진 환율

입력
2022.05.08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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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고물가를 동반한 미국 달러 환율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경제 기초체력과 보유외환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방심하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 신동준 기자

고금리, 고물가를 동반한 미국 달러 환율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경제 기초체력과 보유외환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방심하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 신동준 기자

중국 운남성에서 티벳 라싸까지 '차마고도'(茶馬古道)라는 교역로가 있다. 길이 4,000㎞, 해발 4,000m의 높은 산악지대를 따라 길이 만들어지다 보니 새와 쥐만 다닌다는 '조로서도'(鳥路鼠道)라는 별칭이 있다. 험난한 곳이지만 교역로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양 지역이 서로에게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 왕조는 국경 방어를 위해 티벳의 말이 필요했고, 티벳은 육식 중심의 식단 때문에 부족한 비타민을 차(茶)를 통해 섭취해야만 했다. 티벳인들에게 차는 생명의 약이었다. 이후 중국은 차를 변방을 다스리는 정책으로도 활용했다. 송나라는 차를 통해 소수민족을 다스리는 '이차치변'(以茶治邊) 정책을 폈다. 명나라 때는 차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썼다. 1389년 말 1필당 120근의 차가 교환됐는데, 1400년대 초에는 그 절반인 60근으로 차의 가치가 급등했다. 말의 교환가치 하락은 소수민족들의 국력 쇠퇴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 국가에서도 환율 때문에 낭패를 본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1980년대 일본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었다. 일본은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누렸다. 1985년 미국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미 달러화 약세와 일본의 엔화 강세 조치를 합의했다. 1985년 1월 달러당 약 250엔 하던 것이 3년 뒤인 1988년 1월에는 120엔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본 기업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이후 일본 경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 등과 겹치면서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최근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시장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대외변수 불안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은 한국 경제에 트라우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외환보유액도 많고 경제 펀더멘털도 튼튼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고금리, 고물가와 함께 오고 있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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