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소수자들 만났다…정순택 대주교가 직접 지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소수자들 만났다…정순택 대주교가 직접 지시

입력
2022.05.09 04:30
20면
0 0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성소수자 신자들을 만났다. 세계의 주교들이 교황청에 모여서 천주교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주교시노드(이하 시노드)를 앞두고 성소수자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시노드와 관련해 성소수자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으로 취임한 정순택 대주교가 지시해 이뤄졌다.

8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사회사목국 소속 신부가 지난 3월 성소수자 신자들을 수차례 만났다. 국내 천주교에는 성소수자를 담당하는 사목 분야가 없어서 사회단체들이 만남을 주선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속 사제가 다리 놓기에 참여했다. 서울대교구가 수렴한 성소수자들의 의견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를 거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로 전달될 예정이다.

정순택 대주교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뉴시스

정순택 대주교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뉴시스

성소수자들이 내놓은 의견에는 ‘교회가 자신들을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거나 그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교리는 동성애자를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성행위를 ‘객관적 무질서’로 규정한다. 천주교 일각에서는 교리를 떠나 성직자들이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거나 도우려고 나서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만남을 기점으로 천주교 교리나 정책이 변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시노드를 앞두고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의견 수렴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성당별, 교구별, 국가별, 대륙별로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단계를 거치는 만큼, 성소수자들의 의견이 어떤 단계까지, 얼마나 전달될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천주교 내부에는 이러한 만남이 자칫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실무 책임자인 양주열 신부는 “서울대교구가 주교회의에 제출할 보고서 분량은 10페이지”라면서 “이야기가 많다고 실리는 것도 아니고 적다고 빠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 신부는 정 대주교가 보고서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견을 직접 살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천주교 안팎에는 서울대교구가 한국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찾아 나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서울대교구는 시노드를 준비하면서 성소수자 외에도 여성,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등 다양한 그룹을 만났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접수했다. 성소수자만 특별하게 배려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시도했다는 이야기다. 양 신부는 “정 대주교가 지시해서 그 과정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되는 분야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가 시노드를 준비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양 신부는 밝혔다. 시노드는 교회와 함께하지만 동시에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교회의 역할을 찾아내는 계기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교황은 하느님 백성 전체와 세상을 향해 시노드에 참석해 달라고 초대했다”면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황이 강조하는 것은 ‘만나라’ ‘귀 기울여 들으라’는 것”이라면서 “교리를 바꾸겠다 아니면 단죄를 하겠다, 싸움을 하자 이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 신부는 “시노드의 정체성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도 찾는 것”이라면서 “이 '함께'의 여정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노드가 서로 돕고 연대하고, 공동의 선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민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