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로 백상 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조석봉 역을 연기한 배우 조현철이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에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로하며 세상을 떠난 세월호 희생자들과 김용균씨, 변희수 하사 등을 언급했다.
조현철은 6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제작진과 출연진 등에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양해를 구하면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언급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만 바꾸는 것일 뿐 산 자와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세월호 아이들과 김용균씨, 변희수 하사도 늘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저희 아버지가 투병 중이세요. 아마 진통제를 맞고 시상식을 보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조금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습니다.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음이라는 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 한해 동안 내 장편 영화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의 시간 동안 내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1980년대 상봉동 진폐증 사건 피해자), 김용균군(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로 작업 도중 사망), 변희수 하사(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전역 판정을 받은 뒤 극단적 선택) 그리고 이경택군,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아랑스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특히나 예진이, 영은이, 슬라바, 정모.... 나는 이들이 분명히 여기에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 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소란스러운 일 잘 정리하고 도로 금방 가겠습니다. 편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합니다."
조현철의 수상소감과 함께 그의 남다른 가족사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래퍼 매드클라운을 형으로 둔 그의 아버지 조중래 전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한국 환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학자다. 어머니 역시 평생 인권·평화운동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철의 큰아버지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참여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결성을 주도하는 등 평생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웠던 고 조영래 변호사다.
조현철은 2009년 단편 '로보트'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여러 편의영화를 연출하고 배우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2017년 영화 '마스터', 2019년 드라마 '호텔 델루나' 등에 조연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2020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지난해 드라마 'D.P.'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D.P'에서는 군 입대 전 '간디'라고 불릴 만큼 선한 청년이었으나 군대 내 지속적인 가혹행위로 탈영하는 조석봉 역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영향을 받은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를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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