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이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세탁을 지원한, 이른바 ‘믹서’ 서비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겨냥한 행보인데 미국 당국이 믹서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6일(현지시간)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물론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을 지원하는 데 이용됐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믹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렌더(Blender)’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 및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이번 조처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가 지난 3월 23일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티니’에서 6억2,000만 달러(약 7,880억 원)를 훔친 데 따른 후속 대응책이다. 이는 가상화폐 탈취 중 역대 최대 규모다. OFAC은 “북한이 2,050만 달러(약 260억 원)의 불법적인 수익을 처리하는 데 블렌더가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라자루스가 불법 수익을 세탁하는 데 사용한 가상화폐 주소도 추가로 식별해 제재 대상에 추가하고 있다면서, 블렌더처럼 불법 사이버 활동에서 훔친 수익의 추적을 방해하는 데 중요한 구성요소들을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불법 거래를 돕는 가상화폐 믹서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 금융활동에 대항해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과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을 불법적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무부는 지난달 14일 라자루스와 연결된 가상화폐 이더리움 지갑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고, 22일에도 지갑 3개를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북한의 가상화폐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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