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건 정보공개 소송서 12건 패소
사회적 약자 상대 시간·비용 들이게 해
패소 땐 소송 비용 부담… 국고 손실까지
부조리한 일 반복돼도 검찰은 '요지부동'
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 피해자인 A씨는 라돈 검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대표가 불기소 처분되자 검찰에 수사기록 공개를 요청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서라도 피해를 일부 회복하기 위한 취지였다. 검찰은 그러나 사생활 침해와 수사기법 노출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A씨는 대법원 판례상 공익성이 인정되고,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없는 수사기록은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결국 A씨 손을 들어줬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다면 피의자 신문조서 등 검찰 수사기록도 고소인 요청에 따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결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선제적인 정보공개는 계속 거부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불필요한 송사를 반복하고 있다.
검찰, 정보공개 소송 13건 중 12건 패소
6일 한국일보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돼 올해 선고된 13건의 수사기록 정보공개 불허취소 청구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8건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4건은 원고 일부 승소로 결론 났고, 1건은 각하 판단이 나왔다. 1건을 제외한 모든 소송에서 검찰이 패소한 것이다.
검찰은 정보공개 요구를 거절하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와 수사기법 유출을 들었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요구한 정보는 검찰보존사무규칙상 수사방법상의 기밀이 누설돼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사생활 침해 또는 개인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정보공개를 불허할 때마다 제시하는 주된 근거다.
법원은 그러나 이미 종결된 사건이나 당사자성이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공통적으로 개인정보나 수사기밀 사안이 포함돼 있지 않은 이상, 피의자 신문조서를 비롯한 수사기록은 고소인이 요청하면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민감한 정보가 있더라도 해당 부분만 지우고 나머지 기록을 공개하도록 했다. A씨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민감한 정보만 감추고 공개할 것을 검찰에 주문했다.
정보공개 거부로 국고손실·고소인 부담 가중
검찰도 정보공개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검찰은 원고 승소로 결론난 12건에 대해 모두 항소를 포기해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쪽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소송에 앞서 검찰에서 먼저 정보를 공개했다면 불필요한 송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의 수사기록을 고소인이 요청하면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라돈침대 사건’에서 A씨를 대리한 황경태 변호사는 “검찰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되면 원고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며 “더군다나 검찰을 공격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심적 부담이 커진다”고 밝혔다.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 불허취소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도 패소할 때마다 원고 소송비용까지 지불하기 때문에 국고를 낭비하는 셈”이라며 “소송 당사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국고손실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처럼 부조리한 일이 반복되는데도, 검찰이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도록 검찰에 권고해 볼 수는 있겠지만, 현 단계에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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