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동원 청년들과 뒤풀이 촬영
새벽 버스 대거 대절해 '청년 모시기'
“열병식에 동원된 청년들과 사진을 찍으려 하니, 한 명도 빠짐 없이 데려오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 한마디에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수만 명의 청년들이 다시 평양 김일성광장에 집결했다.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카드 섹션을 했던 청년들이다. 최고지도자가 이른바 행사 ‘바닥대열’에 동원된 청년들에게 먼저 ‘사진 촬영’을 제안한 것이다. 김정은식 ‘2030세대 챙기기’다.
6일 북한 노동신문은 앞서 2일자에 실었던 ‘김 위원장과 청년학생들의 단체사진’ 촬영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1일 촬영됐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열병식에서 고생한 청년들과 “내일 사진을 찍자”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 교정과 산림복구현장 등 지방으로 모두 복귀한 청년들을 하루 만에 전원 소환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북한식’대로 실행에 착착 옮겼다. 새벽 2시부터 대형버스 10여 대를 대절해 김책공업종합대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가 하면, 병원에 입원했던 한 학생은 김 위원장이 걱정할까 봐 김일성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감았던 붕대를 풀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사진촬영이 “과거엔 있어본 적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청년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문도 “(김 위원장이) 무려 20번이나 자리를 옮겨 사진을 찍었다”며 “5ㆍ1절 하루를 청년들을 위해 바쳤다”고 선전했다. 또 김 위원장의 등장에 청년들이 “온 지구를 뒤흔들듯 만세의 환호성”을 질렀고, “화성포들이 우렁찬 뇌성을 터친 것만 같았다”고 비유하는 등 학생들이 감동받았다는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실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찍은 사진은 ‘가보’로 여겨질 만큼 주민들에게 소장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전례 없는 행보는 해외 문물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통제가 까다로운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를 보듬어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중심의 체제결속 강화와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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