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골목서 까치 두 마리 위협 비행" 신고
알고 보니 둥지서 떨어진 아기 새 보호 행위
전문가 "까치, 죽음 무릅쓰고 포식자 공격도"
6일 오전 8시 53분, 서울 송파소방서에 "송파구 마천동 골목에서 까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인근 은행 직원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더니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비좁은 골목에서 까치 두 마리가 시끄럽게 지저귀며 행인들 머리 위를 위협적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까치들의 '난동' 이유를 살피던 대원들은 골목 바닥에서 새끼 까치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대원들은 아직 날지 못하는 아기 새가 둥지에서 떨어진 뒤 사람 발길이 뜸한 골목으로 피신했고, 아마도 부부간인 두 까치가 새끼를 보호하려 사람들 접근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끼를 돌려보낼 둥지는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방치하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피해가 예상되는 터. 소방대원들과 은행 직원들은 새끼 까치를 은행 건물 옥상으로 옮기고 박스, 물컵 등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다. 은행 측은 당분간 옥상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고 아기 새를 돌볼 계획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새 구조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다들 '까치의 새끼 사랑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까치는 봄철 번식기에 강한 모성 본능을 발휘한다. 이즈음 생태공원 등에서는 까치가 새끼와 둥지를 위협하는 고양이와 싸우는 모습도 심심찮게 포착된다고.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겸 한국조류연구소장은 "까치는 다른 새들이 번식하는 4월 중순보다 조금 빨리 번식기를 맞기 때문에 지금쯤 새끼를 낳아 돌보고 있는 개체가 많을 것"이라며 "까치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공격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새끼가 무방비로 땅바닥에 떨어졌으니 까치에겐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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