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조작 증거 법원에 제출…위조 판명돼
檢, '제식구 감싸기' 무혐의… 정직 1개월 징계
민주당 "무고한 사람 간첩 만들어… 뻔뻔 황당"
"부적격 인사 발탁 놀라워… 국민 눈높이 고려를"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가 내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윤 당선인은 5일 공직기강비서관에 수원지검 형사2부장 출신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복무 평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직원의 복무 점검 및 직무 감찰을 담당한다.
이 변호사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공소유지에도 관여했다. 1심에서 유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국가정보원은 조작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전달했고, 이 변호사는 이를 그대로 2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유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증거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제 식구 봐주기' 논란 속에 무혐의 처분됐다. 증거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은 인정되나 조작에 관여하거나 인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법무부는 다만 이 변호사에게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간첩조작 사건은 재조명됐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일부 증거는 허위임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유씨 등은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이 변호사를 고소했지만, 검찰에서 재차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뻔뻔하고 황당한 인사"라며 날을 세웠다. 신현영 대변인은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 국정원의 조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사람을 통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니 황당하다"며 "이런 사람들을 앞세워 국정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씨 변호를 맡았던 김용민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고 증거조작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간신히 형사처벌을 피했던 사람인데 공직기강비서관이라니, 이렇게 뻔뻔한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검사가 어떻게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검증 작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검사 시절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을 발탁한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인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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