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RBC 비율 최대 60%포인트 하락
저금리 때 보유채권 '매도가능증권' 재분류
금리 뛰자 채권가격·RBC 비율 급락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확충 나서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국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급락)하자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액이 쪼그라들면서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급여력(RBC) 비율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의 RBC 비율은 지난 분기와 비교해 대부분 하락했다.
RBC 비율은 비상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얼마나 돌려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업법상 의무는 '100% 이상'이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생명보험 ‘빅3’인 한화생명의 1분기 RBC 비율은 161%로, 당국 권고 수준을 간신히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보다 23.6%포인트나 하락했다. KB손해보험(162.3%)과 하나생명(171.1%)도 지난 분기보다 17~29%포인트 하락해 150%를 소폭 상회했다. 신한라이프(255%)와 푸르덴셜생명(280.7%)은 200%를 넘겼지만 역시 지난 분기와 비교하면 30~60%포인트 급락한 수준이다.
'매도가능증권'에 발목 잡힌 보험사 건전성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채권가치의 급변동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다. 회계상 원가로 처리되는 만기보유증권과 달리,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해 금리 등락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진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는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채권가격이 오른 만큼 자산 증가와 RBC 비율 상승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반대로 앉은 자리에서 자산 규모가 줄고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실제 NH농협생명은 2020년 3분기 34조원 규모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193.5%였던 RBC 비율을 314.5%까지 끌어올렸지만 이 비율은 지난해말 다시 210.5%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오는 16일 발표 예정인 NH농협생명의 RBC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가까스로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분류한 채권은 최소 3년간 재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부분 보험사는 적극적인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들어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 원 넘는 자본을 확충했다. 한화손해보험은 2,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DB생명(950억 원)·흥국생명(200억 원)·메리츠화재(700억 원) 등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B손해보험은 서울 합정빌딩 등 5개 부동산을 매각해 5,000여억 원을 확보했고, 한화생명도 현재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