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출시한 원숭이 일러스트 NFT
가격 1900배 상승... 최소 5억원에 거래
"투자대상에서 콘텐츠로... 스토리의 승리"
선글라스 낀 원숭이, 눈에서 레이저 쏘는 원숭이, 로봇이 된 원숭이….
최근 세계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은 '원숭이'들이 휩쓸고 있다. 주인공은 '지루한 원숭이의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이다. 게슴츠레한 눈에 지루한 표정을 짓는 디지털 유인원에 세계가 열광하면서 NFT 하나에 수억 원을 호가할 정도다. 엔데믹으로 NFT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원숭이들의 성공비결은 뭘까.
30만 원이 5억 원으로... 1,900배 오른 '원숭이들'
5일 글로벌 NFT 거래플랫폼 오픈시(Opensea)에 따르면,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Yuga Labs)가 발행한 NFT인 BAYC의 가격은 152이더리움(약 5억6,000만 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 출시가(0.08이더리움·30만 원)와 비교하면 무려 1,900배로 급등했다.
특히 가수 저스틴 비버와 에미넴, 스눕독,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등 인플루언서들이 이 NFT를 구매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증폭됐다. 이들이 구매한 NFT는 최대 130만 달러(16억 원)까지 오르는 등 인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일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을 BAYC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머스크의 프로필은 다른 사진으로 교체됐지만 '머스크 효과'는 확실했다. 머스크가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당일 BAYC와 연관된 가상화폐 '에이프코인(ApeCoin)' 가격은 20% 급등했다.
캐릭터로 세계관 확장... 투자 대상에서 콘텐츠로
NFT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 속에 BAYC의 흥행 역주행은 더 눈에 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NFT 거래량(약 1만9,000건)은 지난해 최고 수준(9월 22만5,000건) 대비 90% 급감했다.
시장에선 이런 원숭이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BAYC는 유가랩스가 지난해 4월 1만 개 한정으로 발행한 NFT다. 가상자산으로 벼락부자가 된 원숭이들이 세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늪에 들어가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콘셉트다. 원숭이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표정과 의상, 액세서리 등이 무작위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지는 제너러티브 아트(코딩으로 만들어지는 예술 작품)의 일종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타 NFT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BAYC는 NFT 소유자에게 지적재산권(IP) 이용 권리를 최초로 제공했다. NFT 소유자들은 또 다른 수익창출을 위해 원숭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을 쏟아냈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쌓여가며, 투자할 만한 예술품에 그쳤던 NFT를 콘텐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애플TV는 BAYC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더 레드 에이프 패밀리'를 방영했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BAYC와 협업을 통해 운동화 등 다양한 제품을 발매했다.
유가랩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혈청을 맞아 돌연변이가 된 '돌연변이 원숭이 요트 클럽(MAYC)', 원숭이가 키우는 반려견 '지루한 원숭이 애견 클럽(BAKC)' 등 추가 NFT를 기존 BAYC 보유자에게 무료 배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BAYC를 테마로 게임상의 가상 토지를 사전 분양해 3억2,000만 달러(4,00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포브스는 "BAYC는 NFT 소유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인 접근권을 제공해 보상하는 생태계를 구축, 새로운 구매자를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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