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의 직조>는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과)가 새로 문을 여는 문화공간 Plate2Place의 첫 전시로 큐레이터의 아뜰리에(김소희 디렉터)가 기획한 전시이다. Plate(접시)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공간이며 인간이 만드는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은 '장소'로 보고 궁극적으로 건축도 의미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 Plate2Place의 컨셉이다. 'Plate2Place'는 접시처럼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이 모이고 잘 쓰여서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든 공간이다.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듯이 실과 바느질은 여성의 삶을 상징하는 도구이자 노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페넬로페의 직조’는 페넬로페가 남편 오디세이의 귀향을 20년 동안 기다리면서 수많은 구혼자들의 요구를 지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낮에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짰다가 밤에는 풀어버린 것으로, 그래서 ‘쉬이 끝나지 않는 일’을 은유하는 사례가 되었다. 이번 <페넬로페의 직조>전은 이 단순한 수사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구현한 작품을 통해 씨실과 날실의 조합이라는 직조의 행위를 현대미술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사진, 텍스트 아트, 섬유 공예 등 여러 장르의 작가 5명의 작품 15점이 소개되고 오는 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Plate2Place에 전시되며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무다.
김진희의 <April> 연작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진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그 상처의 표상들 위에 밝고 아름다운 도형과 패턴들로 자수를 놓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 상처와 치유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 작업이다. 그녀의 바느질 행위는 상처를 봉합하는 의미로서 현대미술에서 사진과 바느질(자수)의 의미를 새롭게 맥락화하고 있다.
이재용의 <Memories of the Gaze_celadon> 연작은 기억과 회상의 도구로서 직조 행위를 보여준다. 그는 박물관에 소장된 국보와 유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수많은 이미지를 중첩함으로써 역사적인 시간(성)을 현재화하면서 기억과 관련된 시공간(성)을 확장하고 있다.
정세인은 textile과 text의 같은 어원에 착안한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이론을 작업 개념에 참고하여 여성 노동의 관점에서 신화화된 기호의 의미를 해체하고자 텍스트를 겹치고 반복시키는 작업으로 참여한다.
최수영의 섬유공예는 직물의 씨실과 날실의 만남과 해체로 인한 조형적 변주를 보여준다. 그녀는 직물이라는 평면에서 입체적 공간, 한옥이라는 전통건축의 미적 요소를 접목하고 있다.
황규태의 <픽셀> 연작은 디지털 언어의 기본 단위인 픽셀(픽셀은 디지털 언어의 기초 단위라는 점에서 건축의 기본 구성인 벽돌에 비유할 수 있다)을 확대 촬영한 작업을 통해 디지털 언어와 온라인 공간을 직조의 개념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