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HI★초점] '나의 해방일지', 시청률보다 중요한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HI★초점] '나의 해방일지', 시청률보다 중요한 것

입력
2022.05.04 22:43
0 0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때로 어떤 드라마들은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 JTBC '나의 해방일지'가 최근 작품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매회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데 이 울림은 단순히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간의 심연과 우울을 들여다보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특히 7회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시청층이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동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tvN '우리들의 블루스',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비교했을 땐 높지 않은 성적이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자신만의 템포로 서서히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 남매의 행복소생기를 그린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김석윤 감독과 박해영 작가가 10여 년 만에 다시 뭉쳤다.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를 써 내려온 두 사람이 만나면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예고했던 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극중 대다수의 캐릭터는 청춘의 다양한 표상을 대변한다. 청춘이라고 쉽게들 부르지만 사실 청춘의 모양은 비슷하지 않다. 각자의 사연을 품고 또 각자의 아픔을 겪는 중이다. 누군가는 뾰족한 가시에 찔려 아파하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절벽 위에 내몰린 심정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2030세대의 아픔을 '청춘'의 성장통이라 정의 내려 버리는 것은 기성세대의 오만이 섞인 표현이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그 점을 정확하게 노렸다. 힐링을 밖에서 찾아야 하는 2030세대의 면모를 여러 인물에 투영시키면서 광범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주인공은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 이 세 남매로 세 남매가 세상에 부딪히면서 안게 되는 생채기들을 조명한다. 이들의 사연은 너무 뜨악스럽지도 또 자극적이지도 않다. 큰 사건 하나 없지만 인물들은 세상에서 자꾸 뒤로 밀려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이 과정은 낫지 않고 자꾸 벌어지는 상처처럼 표현된다.

최근 성격유형검사, 이른바 MBTI 검사가 젊은 세대에게 유행을 끌었다. 과거 혈액형, 별자리 등으로 구분됐던 성격들은 더 세분화됐고 으레 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로 구분됐다. 극중 염미정이 겪는 상황도 비슷하다. 외향적인 동료들은 사내 동아리를 즐기지만 염미정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겉돈다. 잘못이 아닌데도 사내 복지팀에 불려가 사회성 결여를 지적받기에 이른다.

결국 염미정은 '해방클럽'이라는 대내적 동아리를 꾸려서 사내 문화의 일환으로 들어가게 됐지만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곳곳에 존재한다. 사회에 소속된다는 건 많은 피로감을 수반하는 일이라는 심경에 직장인들은 크게 공감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라는 염미정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보는 이들에겐 큰 위로이자 여운으로 남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그 외의 인물들도 각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삼 남매의 동네 친구로 등장하는 지현아(전혜진)은 연애와 일상에 있어서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외롭고 또 고독하다. 군중 속의 고독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인물의 적적한 마음을 누군가는 깊게 이해할 수 있겠다.

염미정은 구씨에게 "나를 추앙해요"라고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구원서사가 아니다. 외지인 구씨(손석구)가 염미정을 구원할 수 없고 염미정이 구씨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시청자들 모두가 안다. 하지만 발버둥 치는 몸짓이 자아내는 애처로움은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이제는 너무 흔한 단어가 된 '썸'이나 연애는 두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 흔히 볼 수 없는 단어지만 '추앙'이 갖고 있는 뜻의 깊이는 삶의 진흙탕에 빠진 두 사람에게 꽤 잘 어울리는 어휘다. 상대방이 나의 공백을 채우면서 온전한 내가 되길 바라는 염미정과 구씨의 진심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누군가가 내 삶의 이유가 되길 바라는 공허함이 묻어나는 이 단어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화제성까지 견인했다.

최근 TV 화제성 분석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2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손석구와 김지원은 지난 4월 4주차(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나란히 1위와 2위에 오르면서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입증된 작품성은 대작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많은 시청자들이 보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못해도 어떠랴. 누군가에겐 분명히 삶의 의미를 되새겼고 또 위로가 됐다. '나의 해방일지'가 특별한 작품인 이유다.


우다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