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 전국 스크린 80% 싹쓸이에 우려도
“마블 영화 중 가장 으스스하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장담(2일 화상 기자회견)은 적중했다. 4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닥터 스트레인지2)는 이전 마블 영화와 다르다. 공포 영화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색다른 맛이다.
슈퍼 히어로인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어느 날 기이한 꿈을 꾼다. 시공간이 뒤죽박죽된 듯한 곳에서 한 소녀를 구하려다 죽는 꿈이다. 다음날 그는 옛 연인 크리스틴(레이철 맥애덤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문어를 닮은 괴물이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동료 웡(베네딕트 웡)과 괴물에 맞서 한 소녀를 구하고 보니 꿈에서 봤던 이다. 소녀 이름은 아메리카 차베즈(소지틀 고메즈)다. 차베즈는 다른 우주에서 왔다. 그는 의도치 않게 다중우주(멀티버스)를 오갈 수 있다. 흑마술을 발휘하는 누군가가 차베즈의 초능력을 악용하기 위해 그를 쫓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흑마술에 능통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다중우주를 오가는 혼돈스러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반부는 빠른 두뇌회전을 요한다. 화면에 집중하며 다중우주를 이해해야 한다. 열성적인 마블 팬이 아니라면 문턱이 높기도 하다. 완다의 서글픈 사연이 스크린을 관통하는데,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완다비전’(2021)을 본 관객이라야 그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영화는 때론 호쾌하고 때론 웃기고 때론 오싹하며 때론 슬프다.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주요 재료는 공포다. 마블 영화답지 않게 악령이 등장하고 좀비가 나타난다. ‘이블 데드’ 시리즈와 ‘드래그 미 투 헬’(2009) 등 공포 영화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이 곳곳에 찍혀 있다. 서늘한 장면에 유머를 담아내는 별난 솜씨는 여전하다.
여러 우주를 오가는 만큼 볼거리는 풍성하다. 우리와 엇비슷하면서 다른 시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우주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관객은 여러 우주에 각기 존재하는(했던) 다양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게 된다. ‘엑스맨’ 시리즈의 주요 인물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 캡틴 카터(헤일리 앳웰) 등 이전 마블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과도 조우하게 된다. 마블 팬들로서는 별미로 여길 장면들이 이어진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개봉(4일) 전부터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전편인 ‘닥터 스트레인지’(2016)가 쏠쏠한 흥행 성적(544만 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 해제되고, 극장 안 취식이 가능해지는 등 관람이 용이해져 대중의 시선이 더 쏠린 면도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타격을 받은 극장가는 오랜만에 맞이한 호재에 들떠 있다. 수치로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닥터 스트레인지2’는 개봉 전날인 3일 오전 8시 기준 예매표가 81만 장 이상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고 흥행 기록(754만 명)을 지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은 개봉일 오전 7시 기준 75만여 장이었다. 예매표 양, 관람 환경 등을 감안하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기록을 넘을 기세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한 상황이기도 하다. 4일 기준 ‘닥터 스트레인지2’ 상영 전국 스크린 수가 2,6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전체 스크린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54개다. ‘닥터 스트레인지2’가 전국 스크린 중 80%가량을 점령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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