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명맥 끊겼던 왜건, 올 7월 부활
픽업트럭 시장에 수입차 신차 출시도
그동안 왜건(Wagon)이나 픽업트럭(pickup truck)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비인기 차종으로 분류됐다. 투박한 외모에 짐차처럼 각인됐던 탓에 소비자들의 눈에서도 멀어졌던 게 사실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 또한 국내에선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그렇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왜건과 픽업트럭이 최근 인기 차종으로 올라서면서 해당 차량의 신차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고전 중인 완성차업계가 실적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수익성 높은 스포츠유틸리티(SUV)와 픽업트럭의 비중을 늘려가는 분위기에 편승하면서다. 캠핑 등 레저활동 증가에 따라 실용성 높은 대형 모델로 선호도가 옮겨간 국내 소비자들의 달라진 트렌드도 왜건과 픽업트럭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4일 자동차 통계포털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왜건 모델의 총판매량은 3,1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이 9.8% 줄어든 분위기에 비교하면 선전한 셈이다. 왜건은 세단 형태에 SUV처럼 뒤 트렁크 공간을 확장, 후면 디자인이 마차처럼 곧게 각이 진 게 특징이다. 하지만 짐차와 같은 육중한 이미지로 국내에선 인기를 끌지 못했고 현대차의 i40 왜건이 지난 2019년 단종되면서 국산차의 명맥도 끊겼다.
그렇게 수입차만 활보했던 국내 왜건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G70 기반의 왜건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 출시를 7월로 예정하면서다. 슈팅브레이크는 ‘사냥을 떠날 때 타던 마차’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원래 국내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유럽 전략 모델로 전량 수출했는데, 이번에 국내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왜건은 유럽에선 실용적인 차로 인기가 많다”며 “레저용 차량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왜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던 볼보와 BMW, 푸조 등도 분주한 모습이다. 볼보의 경우엔 왜건 모델인 ‘V90 크로스컨트리’에 지난 1월 수입차 최초로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까지 탑재했다. 티맵모빌리티에 3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음성인식 서비스로, 음성으로 내비게이션과 열선 시트 등을 작동할 수 있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80%를 독점해온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 판매량은 올 1~4월 총 1만638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3.1% 급증했다. 그간 화물차로 분류된 픽업트럭은 묵직한 차체로, 도심 주행이나 주차 등에선 불편함도 컸다. 하지만 최근엔 넓은 적재 공간과 4륜 구동 장착으로 오프라인 주행까지 가능, 캠핑족들 사이에서 실용성 높은 모델로 올라섰다.
이렇게 변화된 흐름 속에 수입차업체들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국지엠(GM)은 올해 GM 산하 브랜드인 GMC를 국내로 진입, 프리미엄 픽업 모델인 ‘시에라’를 선보일 예정이고, 포드코리아에선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픽업트럭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의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대당 수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과 해치백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며 “국내 레저활동 열풍으로 소비자들도 이에 호응하면서 올해엔 다양한 왜건과 픽업 모델들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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