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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귀여워서 SNS 공유?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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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귀여워서 SNS 공유?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입력
2022.05.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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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자녀 소식 주기적 공유 '셰어런팅'
사진 무단 도용 등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
'어린이들 동의 없는 공유에 부정적' 연구도
어린이 의사, 개인정보 노출 정도 고려해야

2019년 뉴욕타임스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논쟁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셰어런팅은 공유의 셰어(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한 말로, 정기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해 자녀에 관한 많은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부모의 관행을 가리킨다. 사진은 어머니가 "네가 귀여워서 올렸어"라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어린이가 "내게 묻지 않았잖아요"라고 반박하는 장면. '뉴욕타임스' 유튜브 채널 캡처

2019년 뉴욕타임스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논쟁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셰어런팅은 공유의 셰어(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한 말로, 정기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해 자녀에 관한 많은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부모의 관행을 가리킨다. 사진은 어머니가 "네가 귀여워서 올렸어"라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어린이가 "내게 묻지 않았잖아요"라고 반박하는 장면. '뉴욕타임스' 유튜브 채널 캡처

오늘(5일)은 100번째 어린이날입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적당한 나들이 장소를 찾느라 전날까지 포털사이트를 '폭풍 검색'하신 부모님들 많으시죠. 그런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어린이의 입장에서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도 이날의 취지에 맞을 겁니다. 고민을 더해 한편으론 죄송하지만 우리 어린이를 위한 일이기에 꼭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주제를 갖고 왔습니다.

최근 배우 이시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1일 가족 여행 사진을 올리면서 탈의한 아들의 뒷모습 사진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특히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사진을 삭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한 해외 팬(s***********)은 "아들이 25세가 되면 왜 사진을 올렸냐고 할 거다"며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길 바랐죠.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 글을 읽은 부모님들 중에선 이시영에 대한 비판이 자신을 향한 것마냥 속으로 '따끔'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안정아 '영유아 어머니의 셰어런팅 특성과 자녀 인권 인식 연구'(2018)에 따르면, 미취학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의 60%(158명 중 95명)가 자녀의 노출 사진을 올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성기를 제외한 전신(39.2%), 상반신(18.4%), 하반신(2.5%)을 게재했다고 답했습니다. 다행히 성기를 포함한 전신 사진을 올리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셰어런팅' 왜, 얼마나 할까

해외 팬들이 배우 이시영이 올린 아들의 탈의 사진을 우려하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시영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 팬들이 배우 이시영이 올린 아들의 탈의 사진을 우려하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시영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정기적으로 SNS를 사용해 자녀에 관한 많은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부모의 관행' 또는 '자녀의 소식·이미지 등을 공유하는 SNS의 습관적 사용''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합니다. 공유하다의 '셰어'(Share)와 양육의 '페어런팅'(Parenting)'의 합성어죠.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2013년 영국 타임지 '오늘의 단어'로, 2016년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 10개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서구권에서는 익숙한 개념입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셰어런팅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특이할 것 없는, '요즘 엄마들'의 양육 문화입니다. 지난해 2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0~11세 자녀를 둔 한국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약 84%가 자녀의 정보를 SNS에 올린다고 답했습니다. '일주일에 1회 이상'이 42.7%, '한 달에 1회 이상' 41.2%, '일주일에 3회 이상' 7.5%였죠. '거의 올리지 않음'은 16%에 불과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일주일에 1, 2회 41개월 딸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의 일상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 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반이 담겼죠. 다른 분들 마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앞선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 따르면 아이의 성장을 기록(63.9%)하거나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24.6%) 게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녀의 사진·영상·글을 SNS에 올리는 횟수단위: %
세이브더칠드런


자녀의 사진·영상·글을 SNS에 올리는 이유단위: %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외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셰어런팅을 통해 부모는 육아 정보를 주고받고 육아 도중 느끼는 '고립감'도 해소한다고 합니다. 셰어런팅의 긍정적 효과인 셈이죠. 저 또한 소위 '엄마 인플루언서' 계정을 보며 정보도 얻고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있죠. 또한 게시글에 달린 '좋아요(하트)' 또는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등의 긍정적인 댓글을 보며 '내가 육아를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지지를 얻고 있죠.



문제는... 부모가 셰어런팅 악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

2017년 EBS 다큐프로그램 '다큐 시선'은 실험을 통해 SNS 속 자녀의 정보가 예상보다 더 쉽게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EBS다큐' 유튜브 채널 캡처

2017년 EBS 다큐프로그램 '다큐 시선'은 실험을 통해 SNS 속 자녀의 정보가 예상보다 더 쉽게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EBS다큐' 유튜브 채널 캡처

대다수 부모들은 셰어런팅의 부작용도 알고 있습니다. 앞선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서도 부모들은 '아이의 사진이나 영상이 도용'되거나(66.7%), '아이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66%)고 우려했죠. 저 역시 같은 이유로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문제는 셰어런팅이 악용되는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2017년 EBS 다큐프로그램 '다큐 시선'에서 셰어런팅과 관련한 실험을 했는데요. 낯선 여성이 부모의 SNS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어린이에게 접근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어린이는 처음엔 경계했지만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줄줄이 꿰고 있는 걸 보고 마지막엔 여성의 손을 잡고 따라 나섰죠.

이 어린이의 어머니는 실험 전엔 "거의 모든 SNS 활동을 정리했고 대부분의 사진들을 비공개 설정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는데요. 실험이 끝난 이후엔 "경계하는 마음이 커서 정말 몇 장 안 올려놨는데, 그것 가지고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는 생각을 못해봤다"며 당황스러워했죠.

셰어런팅과 범죄의 연관성을 분석한 해외 통계도 있습니다.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 버클레이(Barclays)는 앞으로 10년 동안 어린이가 직면할 신원 도용 범죄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인해 발생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또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소아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에 올라온 사진이라고 발표했습니다.



SNS 업로드 전, 자녀의 생각은 물어봤나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육아'를 입력하자 아이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진 4,300만 개가 검색됐다. '#육아스타그램'으로는 약 4,090만 개, '#육아소통'은 3,800만 개, '#육아맘소통'은 2,100만 개 게시물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육아'를 입력하자 아이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진 4,300만 개가 검색됐다. '#육아스타그램'으로는 약 4,090만 개, '#육아소통'은 3,800만 개, '#육아맘소통'은 2,100만 개 게시물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우리가 어린이들의 생각은 배제하고, '어른의 욕구 충족'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2020년 스웨덴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직접 셰어런팅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요. 부모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연구에선 4~6세의 어린이들이 더 큰 거부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십대 청소년의 경우 부모들이 온라인에 이미 만들어 놓은 정체성에 문제를 느낄 수도 있고, 셰어런팅 때문에 '사이버 불링(따돌림)'에 노출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셰어런팅으로 업로드되는 사진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2019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90% 이상이 2세 이전에 SNS에 노출되고, 5세 이전엔 1,500장의 사진이 게재된다고 하죠.

셰어런팅으로부터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상대로 송사를 벌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2016년 캐나다에서 13세 청소년이 부모를 상대로 합의금 35만 캐나다달러(약 3억 원)의 소송을 제기했고요. 그해 프랑스에서는 부모들이 동의 없이 아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유하면 1년의 징역 또는 4만5,000유로(약 6,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셰어런팅 가이드라인

1.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세요
2.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고 말할 기회를 주세요
3. SNS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세요
: 게시물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지만 보안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4. 아이의 개인 정보가 새고 있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색해 주세요
5. 아이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6. 온라인 성범죄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 주세요
: 목욕 사진, 수영복 사진, 속옷 차림의 사진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세요
7.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8. 올린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세요
: 게시물 하나에 담긴 정보는 미미해도 모이면 상세한 정보가 될 수 있어요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https://www.sc.or.kr/news/magazineView.do?NO=70949

SNS 게시물을 올릴 때 어린이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것, 그것이 셰어런팅의 부작용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러나 자녀가 너무 어려 의사를 묻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이 경우 참고할 만한 셰어런팅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추가로 어린이 자녀에게 어른의 대사를 덧붙이는, 즉 어린이를 대상화하는 표현도 삼가면 어떨까요. 강누리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의 셰어런팅 경험에 관한 연구'(2022)는 "아동과 아동, 특히 여아가 남아가 함께 찍힌 사진은 어른의 눈에서 성애적으로 해석되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자녀의 사진에 '꿈에 그리던 오빠와 상봉 심쿵 분위기', '여자는 튕길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딸 짝사랑 중이구나'라는 멘트나 '#심쿵뒤태', '#섹시백'과 같은 해시태그를 붙이는 게 여기에 해당합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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