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 논의 없다... 어려운 기류"
MB 사면불가에, 김경수ㆍ이재용 사면도 패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숙제'로 꼽는 시각이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최측근인 김 전 지사, 경제계가 요구하는 이 부회장을 동반 사면하는 방안이 여권 일각에서 거론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사면 대상으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론과 죄질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사법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치·경제인 사면 카드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사면 불가에…김경수ㆍ이재용 사면도 없을 듯
청와대 관계자는 2일 한국일보에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정권 임기 말 사면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인사들에 대한 사면도 물 건너간 분위기”라며 “이미 당사자들에게 사면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상징적 인물을 고루 사면해 국민 통합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일어난 정치적 사건들을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행사할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성격’의 범죄로 수감된 반면, 이 전 대통령 비위는 철저히 ‘사익추구형’이라는 점에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 데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모습도 문 대통령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사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사면이 어렵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국민 감정'을 이유로 사면을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의 법률가 마인드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ㆍ김경수 사면 정치 거래' 비판도 부담
국민의힘이 ‘이명박ㆍ김경수 패키지 사면론’을 제시한 것도 문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한 여론을 들으면서 “사면이 정치 거래로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정권 교체기에 거물급 인사에 대한 사면은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하고 현직 대통령이 수용하며 성사된 것이 관례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문 대통령과 만났을 때 사면을 요청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거리를 두면서 문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지막 깜짝 결단 가능성?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문 대통령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깜짝 단행한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결단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오는 9일 퇴임하는 문 대통령은 6일까지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 소집 절차 등을 감안하면, 6일이 문 대통령 결단의 마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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