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달러 영향... 최근 1270원 뚫어
2008년 1600원 육박했지만 이내 안정
절하 폭 주요국보다 낮아... "위기설" 일축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며 1,270원대를 재차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구두개입에도 환율은 최근 들어 파죽지세로 치솟더니, 연초 대비 70원 넘게 급등한 상태다.
미국발 긴축과 경기둔화 우려로 인한 글로벌 강달러 압력에 일각에선 머지않아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다만 원화 약세가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적 펀더멘털 약화에 기인한 것이 아닌 만큼, 과거와 같이 환율 상승을 경제위기로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1,270원 돌파... 금융위기 수준 1,300원 가나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증시와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면서 16원 넘게 내렸지만, 이날 재차 상승폭을 확대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위기 임계치로 간주되는 1,250원을 돌파한 뒤 3일 만에 1,270원대를 뚫기도 했다.
시장은 조만간 환율이 더 올라 1,300원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 증권사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원화 약세 요인이 강해졌다"며 "환율 상단을 1,300원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한 번도 1,300원대에 진입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환율 자체로는 경제 위기 초입에 이미 도달한 셈이다.
원화 절하 폭 비교적 '양호'... 위기론 "시기상조"
하지만 최근 원화 값 약세를 과거 '위기' 때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강달러 현상은 미국 고강도 긴축 예고와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변수에 따른 전 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인 만큼, 외환시장을 패닉에 빠트리고 나아가 한국 경제를 코너로 몰고 갈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달러 강세에 원화 외 주요국 통화들도 일제히 절하된 상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포인트를 웃돌며 월초 대비 약 5% 가까이 상승했다.
그 사이 유로(-4.7%), 엔(-6%) 등 주요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4.5%) 절하 폭은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다른 화폐에 비해 원화 절하 폭이 심한 편은 아니다"며 외환시장 위기설에 선을 그었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투자자들의 늘어난 달러 매수 수요 등 달라진 시장환경도 환율 급등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개인들의 달러 매수 수요는 한 달에 20억 달러 안팎인데,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 개인들의 연간 달러 매수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지만, 이를 위기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정상적인 환율 수준에 대한 새 평가기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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