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서 1만 명 집결 노동자대회 개최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등 요구
연등회 등과 맞물리며 도심 곳곳 교통통제
노동절(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동계 집회가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경찰의 시위 통제가 한결 느슨해진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행사와 크고 작은 집회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주요 도심 차로가 일부 통제되는 등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노조원 1만 명(주최 측 추산)이 시청역에서 숭례문까지, 8차선 도로 가운데 5개 차선을 점거하고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불평등 체제 교체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광장,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 등 전국 16곳에서 노동절 대회를 동시 진행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본대회에 앞서 서울 도심에서 산발적으로 사전 집회를 개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종로구 보신각 인근, 민주일반노조는 종로구 청계천한빛광장, 서비스노조는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진행한 뒤 본대회가 열리는 세종대로로 행진했다. 건설노조는 본대회장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산하 노조의 행진 과정에서 세종대로 등 도로 일부가 통제됐다. 공공운수노조가 뒤늦게 본대회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세종대로의 남은 3개 차선까지 점거하면서, 5분가량 차량 통행이 마비되고 길을 건너려던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일도 있었다.
집회 인원 단속이 거리두기 해제로 불필요해지면서, 경찰은 차벽과 같은 장비 동원 없이 교통 통제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민주노총이 지난달 13일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경찰은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공원 일대를 차벽으로 둘러친 채 수시로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 방송을 했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윤택근 수석부위원장과 최국진 조직쟁의실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성토했다. 전종덕 사무총장은 "경찰이 (지도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경찰공화국의 신호탄이냐"며 "불평등한 세상을 함께 살자고 외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죄냐"고 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반노동 기조를 비판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화를 요구했다. 양 위원장은 "청년들은 구직을 단념했고, 코로나19로 쫓겨난 노동자들은 또다시 거리에 섰다"며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들도 이날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노동을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장애인노동권 3대 요구안 쟁취 결의대회'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등을 개최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은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자는 취지로 이날을 '제1회 장애인 노동절'로 명명했다. 정부를 향해선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독소조항 폐지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전국 제도화 △의무고용제도 전면 개혁 등을 요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결의대회 도중 민주노총 대회장을 찾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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