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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선자가 김치 팔던 쓰루하시에 일본인 몰려드는 이유

입력
2022.05.01 14:33
수정
2022.05.01 20:4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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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한류 붐에 살아난,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

4월 30일 오후,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식 마카롱 가게 앞에 젊은 여성들이 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4월 30일 오후,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식 마카롱 가게 앞에 젊은 여성들이 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일본의 ‘골든위크’(황금연휴·4월 29일~5월 8일)가 막 시작된 지난달 30일 오후, 오사카시의 쓰루하시(鶴橋)역 인근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압도적 다수는 여성. 한국에서 유행하는 ‘뚱카롱’(두꺼운 마카롱) 가게, 한류 기념품 가게, 귀엽고 예쁜 인테리어를 해 놓은 카페 앞엔 젊은 여성들이 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뿐 아니라 파김치, 갓김치, 오이소박이 등 온갖 종류의 김치를 파는 가게에는 좀 더 나이 든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의 한 김치가게 앞에 많은 손님이 줄 지어 서 있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의 한 김치가게 앞에 많은 손님이 줄 지어 서 있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조선인 집단 거주지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과거의 쓰루하시를 상기하면 ‘핫플레이스’가 된 현재의 변화는 상전벽해라 부를 만하다. 일제강점기 일자리를 찾아 온 조선인들은 쓰루하시 인근에 대규모로 모여 살았고 전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남은 사람이 많았다. 당시 이곳의 지명은 ‘돼지 치는 들판’이란 뜻의 이카이노(猪飼野)였다. 일본인들은 이곳에 조선인들이 모여 사니 더럽고 위험한 곳이라며 기피하고 경멸했다. 하지만 재일교포들은 제사와 음식 등 고국의 문화를 지켜가며 조선인 시장을 형성하고 필요한 물건이나 식재료를 사고팔았다.

재미동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도 부산에서 오사카의 이카이노로 이주한다. 첫 시즌의 마지막화가 방영된 지난달 29일에는 선자가 담근 김치를 손수레에 싣고 쓰루하시 시장에 내다 파는 모습이 방영됐다. 오랫동안 김치는 일본인들이 ‘냄새 난다’며 불쾌해 하는 음식이었고 조선인 시장에서 파는 김치도 주로 동포에게만 팔렸지만 지금은 일본인도 선호하는 음식이 됐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재일동포의 삶을 그린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오른쪽)가 남편 백이삭(왼쪽)의 형 내외가 살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이카이노로 이주한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재일동포의 삶을 그린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오른쪽)가 남편 백이삭(왼쪽)의 형 내외가 살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이카이노로 이주한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재일동포 지원 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 코리아NGO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쓰루하시의 코리아타운 방문객은 연간 200만 명이 넘고 주말에는 4만~5만 명의 손님이 몰린다.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는 “과거 일본 각지의 재일동포나 한국인들이 제사에 올릴 제수를 사기 위해 쓰루하시에 왔다”며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인도 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 2차 한류 붐이 수그러지자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최근 BTS와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3차 한류 붐이 일면서 코리아타운이 살아나게 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의 입구에 인파가 가득하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오사카시 소재 ‘오사카 이쿠노(生野) 코리아타운’의 입구에 인파가 가득하다. 오사카=최진주 특파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일본 여성들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가지 못하는 대신 도쿄에선 신오쿠보를, 오사카에선 쓰루하시를 찾는다. 인파 속에서 큰 아기는 유모차에 태우고 작은 아기는 아기띠로 둘러 안은 한 여성은 기자에게 “이곳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오사카에 살지 않지만, 한국 문화를 느끼고 싶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 아래 코리아타운 쇼핑을 즐기는 일본 여성들의 얼굴엔 웃음이 넘쳤다.

오사카=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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