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국경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통상협정(DTA)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영토 개척을 서둘러야 한다. 박구원 기자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일본은 경제력, 군사력 등에서 미국에 크게 뒤처졌다.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국화와 칼'이라는 역작이 탄생했다. 책은 일본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는 평화를, 사무라이를 대표하는 칼은 폭력성을 나타낸다.
과거 일본만 그럴까. 인간의 이중성은 도처에 깔려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경계선이 세워지는 순간 이중성은 폭발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집단 안에서는 국화일 수 있지만, 집단 간에는 칼이 될 수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도 상대화하는 순간, 사랑도 충성도 갈등과 전쟁으로 치닫는다.
최근 국제관계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통상국경선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통상국경선은 사실상 사라졌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정점이었다. 이후 글로벌 교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1~2011년 세계 교역량은 2배 늘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도 확대됐다. 자유무역으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 영토는 약 10만㎢로 세계 108위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영토는 세계 GDP의 85%를 포괄하고 있다.
최근 통상국경선이 다시 올라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기업경영은 더 팍팍해지고 값싸고 안전하게 공급받았던 부품을 이제 힘들여서 비싸게 조달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들이 구축해 온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 새판을 짜는 데 드는 비용과 비효율은 엄청날 것이다. 전 세계 기업들의 해외투자금이 36조 달러에 달하는데 보호무역의 확대는 관세와 보조금으로 둔갑하고 결국 숨겨진 세금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통상국경선이 높이 올라가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면 가급적 많은 친구를 두는 수밖에 없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통상협정(DTA)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영토 개척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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