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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 10%도 안 되는 4기 위암, 면역 치료제가 좋은 대안”

입력
2022.05.02 17:50
수정
2022.05.03 20: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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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위암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암이어서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많은 경우 재발되기에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위암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암이어서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많은 경우 재발되기에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신규 암 환자 25만 명 가운데 11.6%(3만 명)가 위암이었다. 특히 위암은 10만 명당 발생률(조발생률)은 30.8명으로 ‘세계 1위 발생 암’에 올랐다.

다행히 건강검진이 늘면서 조기 발견이 많아지고, 수술과 항암제 발전으로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위암은 전이ㆍ재발 위험이 커 절대로 안심하면 안 된다.

‘위암ㆍ대장암 치료 전문가’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위암 5년 생존율이 77.5%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전이ㆍ재발(4기) 위암 생존율은 10%도 되지 않아 조기 발견ㆍ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암이 국내 1위 암인데.

“위는 점막층ㆍ점막하층ㆍ근육층ㆍ장막층 등 4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암세포가 이들 4개 층 가운데 가장 안쪽 점막층이나 그 바로 아래 점막하층에 국한됐다면 조기 위암(1기 위암)이고, 근육층이나 장막층까지 침범했다면 진행성 위암이다.

위암은 한 해 3만 명 정도 발생하면서 국내 발생 1위 암이다. 다행히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위 내시경검사 활성화와 수술법 발전으로 5년 생존율은 77.5%에 이른다.

특히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나 된다. 2기라면 70~80%, 3기는 50%(3A 70%, 3B 50%, 3C 30%) 정도다. 2~3기는 근육층이나 장막하층, 장막층까지 암이 침습했거나 주위 림프절에 암세포가 퍼졌지만 다른 장기로는 암이 퍼지지 않은 단계다.

그러나 위암은 원격 전이 혹은 재발(4기) 때가 많아 이때에는 5년 생존율이 6.4%로 크게 떨어지고 생존 기간이 평균 1년 내외에 그친다. 3기 이상 진행성 위암이라면 30~70%가 재발한다.

전이ㆍ재발된 4기일 경우 고식적(姑息的) 위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화학항암요법으로 완치보다 종양을 줄여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전이ㆍ재발 위암 치료 신약이 많이 나왔는데.

“현재 전이ㆍ재발(4기) 위암 1차 치료에서 표준 치료법은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ㆍ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양성(+)이라면 ‘5-FU(플루오로우라실)-백금(플래티늄) 기반 항암 요법’에 표적 항암제(표적 치료제) '트라스투주맙'을 병용하는 것이다. HER2 양성(+)은 위암의 10~15% 정도다. 반면 위암 대부분을 차지하는 HER2 음성(-)은 ‘플루오로피리미딘-백금 기반 항암제 병용 요법’을 쓴다.

전이ㆍ재발 위암의 2차 치료에는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화학항암(파클리탁셀) 병용 요법’이 가장 널리 쓰인다. 표적 항암제인 사이람자는 HER2 양ㆍ음성과 관계없이 쓸 수 있다. ‘혈관 내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VEGFR2)’만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막는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최초로 면역 치료제(면역 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전이ㆍ재발 위암의 1차 치료제 적응증을 얻었다. 특히 PD-L1 복합 양성 점수(Combined Positive ScoreㆍCPS)가 5점 이상으로 PD-L1이 과발현된 위암에서 더 효과를 나타냈다.

‘옵디보-화학항암 병용 요법’은 전이ㆍ재발한 HER2 음성(-)이면서 PD-L1 CPS 5점 이상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CheckMate-649’ 임상 시험에서 생존 기간이 14.4개월을 기록해 기존 화학항암요법(11.1개월)보다 3.3개월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환자의 2년 생존율이 31%(기존 화학항암요법은 19%)로 높아졌고, 종양 반응률(종양 지름 합이 치료 후 30% 이상 줄어든 경우)도 45%에서 60%로 15%P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옵디보-화학항암 병용 요법이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높은 수준(Class A)으로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병용 요법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이 치료법을 시도조차 못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

-위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위암은 조기(1기)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에 이르기에 정기검진이 정말 중요하다. 따라서 40세가 넘었으면 2년에 한 번 위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90%가 조기 위암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가족력 등 위암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한 번 검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위암 발병 요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보다 더 위험한 발병 인자가 식습관이다. 짜고 매운 음식, 훈제ㆍ절인 음식 등에서 생기는 ‘나이트로소아민’ 같은 발암물질이 위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항산화제를 포함한 음식과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를 먹으면 위암 발생을 낮출 수 있다. 음주ㆍ흡연ㆍ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ㆍ유전 등도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유전성 위암 비율은 3%가 되지 않는다.”

면역 치료제 원리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외부에서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를 공격해 치료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돌연변이로 발생한 것이어서 침입자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착안해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 면역 치료의 원리다.

면역 치료제는 면역 관문 억제제(면역 관문 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를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 공격력을 높인다)를 비롯해 면역세포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으로 나뉜다.

면역 관문 억제제로는 펨브로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 이필리무맙(여보이), 니볼루맙(옵디보),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 더발루맙(임핀지), 아벨루맙(바벤시오) 등 6개 제품이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면 전이ㆍ재발한 위암 환자의 60%에서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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