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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는 빼고 맛은 채우고…'저탄소 농산물' 어떻게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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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는 빼고 맛은 채우고…'저탄소 농산물' 어떻게 키울까

입력
2022.04.3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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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저탄소 참외' 농가 가보니…수확 '한창'
비료도 자가 제조…난방·농기계 에너지 절감
매년 매출 늘지만…소비자 '인식 개선' 숙제

지난 21일 오전 8시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인부들이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지난 21일 오전 8시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인부들이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지난 21일 오전 8시,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 참외 농가로 자리한 '한입깨물면'. 아침부터 이곳의 비닐하우스에서 샛노랗게 잘 익은 참외를 따내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이날은 꿀벌들도 바쁜 듯했다. 착과제 대신 꿀벌을 이용한 자연수정 형태의 재배 방식에 투입된 흔적으로 보였다. 꿀벌을 이용하면 일반 참외보단 결실률과 당도에서 효과적이란 게 농가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렇게 6명의 인부는 총 23동의 비닐하우스로 이뤄진 이 농가에서 1동당 150박스의 참외를 수확했다. 바구니에 담긴 참외는 비닐하우스 인근에 위치한 선별장으로 옮겨졌고 1차 세척 이후, 오후 3시께 상품 가치를 인정받은 참외만 박스 포장에 들어갔다. 당일 택배로 발송, 다음날 오전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만난 한입깨물면 관계자는 "이곳에선 8월까지 반복 수확이 가능한 참외를 이달부터 거의 매일 따내고 있다"며 "1동당 연간 약 4톤씩 수확이 가능한 이곳 참외의 연간 출하량은 92톤에 달한다"고 전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 농가의 참외는 더 특별하다. 풀무원 올가홀푸드의 지원을 받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키운 '저탄소 참외'이기 때문이다. 노력을 인정받아 해당 참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우수관리(GAP), 저탄소 인증도 획득했다. 한입깨물면 농가에서 청년농부 남매로 작업 중인 고민아(29) 유통팀장과 고대우(27) 대리는 "가능한 한 화학 비료 등을 쓰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재배하는 게 목표다"라며 저탄소 참외 생산의 비결을 소개했다.

"농기계 안 쓰고 난방은 이불로"…'빼기의 미학'

지난 21일 오전 11시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인부들이 수확한 참외를 포장하고 있다. 당일 수확한 참외는 당일 출고돼 다음날 오전이면 온라인 주문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지난 21일 오전 11시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인부들이 수확한 참외를 포장하고 있다. 당일 수확한 참외는 당일 출고돼 다음날 오전이면 온라인 주문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한 참외 농가에서 생산한 '저탄소 참외'가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한 참외 농가에서 생산한 '저탄소 참외'가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참외는 반복 수확하기 때문에 꾸준히 당도 높은 참외가 나오도록 양질의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두 농부는 비료 및 작물보호제로 직접 자가 제조한 천연 농약을 쓰는데, 상품 가치가 없는 참외를 활용해 액체 비료를 제조한 후 관주(물대기)할 때 함께 넣어준다. 버려질 운명이었던 참외들이 비료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고 대리는 "천연 농약을 쓰면 화학 농약으로 한 번에 잡힐 것도 세 번은 뿌려야 한다"며 "고생이 배로 들지만 화학 농약을 쓰지 않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내에선 참외밭 양옆으로 둘둘 말린 큰 모포도 눈에 띄었다. 이내 겨울동안 참외에 덮는 '이불'이란 농가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참외는 12월 정식(모종 심기) 때 온도를 15~18도가량 유지해야 하는데, 난방 대신 이불(다격보온커튼)로 난방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비닐하우스 보온에 투입되는 이불의 무게가 상당한 탓에, 매년 봄에 치우는 작업도 부담이지만 포기할 순 없다고 했다. 탄소 절감에 경영비 절약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일반 농가는 한 달 난방비만 600만 원 이상 나오지만, 이곳의 유류비는 0원이다.

빗물도 소중하다고 했다. 평소 따로 빗물을 모아둔 다음 천연 농약에 섞어 사용한다. 일반 용수와 함께 사용하면 잘 섞이지 않아 시도하게 된 방책이다. 고 팀장은 "농약은 물 성분이 염기성일수록 방제가(약을 쳤을 때 방제가 되는 정도)가 낮아지고 산성일수록 방제가가 높아진다"며 "빗물은 산성이라 천연농약의 효과를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기계 사용을 줄이고 사람 손을 거치는 게 탄소 절감의 포인트"란 설명도 이어졌다. 일례로 다음 정식을 위해 참외밭을 갈아엎을 때도 트랙터 대신 직접 소형 농기계로 작업, 농기계 에너지를 절감한다고 했다. 노동력과 시간이 배로 들지만, 효율보단 '저탄소 농산물'이 가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매출 쑥쑥 늘지만…소비자 인식은 부족

지난 21일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남매 청년농부 고민아(29·유통팀장) 고대우(27·대리)씨가 당일 수확한 참외를 들고 웃고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지난 21일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참외 농가 '한입깨물면'에서 남매 청년농부 고민아(29·유통팀장) 고대우(27·대리)씨가 당일 수확한 참외를 들고 웃고 있다. 올가홀푸드 제공

두 청년농부는 최근 저탄소 농가가 늘었지만, 5년 전만 해도 "왜 의미 없는 고생을 하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가치소비' 열풍이 불어닥친 요즘에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매출까지 덤으로 따라온다고 했다. 이 농가의 참외를 포함해 저탄소 농산물을 취급하는 올가홀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3% 증가했다. 협업 농가의 지난해 탄소감축량은 1,660톤에 달하는데, 이는 30년생 소나무 5만 그루의 식재 효과와 유사한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사의 저탄소 농산물 매출도 지난 2018년 465억 원에서 2019년 511억 원에 이어 2020년엔 554억 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참여 농가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저탄소 인증 농가는 2012년 60호에서 지난해 5,753호로 늘었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현재 올가홀푸드 안에서만 농산물 19개 품목의 62개 농가들이 저탄소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환경에 대한 가치가 곧 상품력이라는 걸 이해하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은 농부나 판매자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유기농과 저탄소의 차이를 모른 채 '초록색 마크'만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 팀장은 "유기농 농산물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지만 비싼 게 아쉽다. 저탄소 농산물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안전한 먹거리라는 게 강점"이라며 "다양한 수요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고 대리는 "농산물 하나를 사도 이 안에 농부의 어떤 가치관과 노력이 깃들었는지, 그런 부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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