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복귀 또 불발…KBO, 선수계약 미승인

강정호가 2020년 6월 23일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35)의 KBO리그 복귀가 무산됐다. 2년 전 한 차례 복귀를 타진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사실상 국내 프로야구에서 다시 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한 달간 고심 끝에 내린 단호한 결정이다. KBO는 29일 "강정호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KBO는 "강정호는 세 차례 음주운전을 해 처벌받았고, 세 번째 음주운전에선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도주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라며 "강정호와 키움의 선수 계약은 KBO리그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승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BO는 "이 결정은 KBO 규약 제44조 제4항(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을 토대로 법리적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호의 원소속팀 키움은 지난달 17일 강정호와 2022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키움은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을 채운 뒤 내년 시즌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야구인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결국 KBO는 여론을 검토해 허구연 총재 직권으로 강정호의 복귀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키움 구단의 강정호 임의해지 복귀 신청은 허가했다. KBO는 "강정호의 임의해지는 2015년 미국 진출을 위해 한 것으로 제재의 의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KBO가 강정호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의해지 복귀 허가 조처는 무의미하다.

국내 최고의 '거포 유격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강정호의 인생은 2016년 음주운전 사고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피츠버그에서 뛰던 그해 12월 서울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와 함께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정호는 미국 취업비자 취득을 거부당해 2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18시즌 막바지 복귀했지만 2019시즌 65경기에서 타율 0.169로 부진했고 결국 그해 8월 방출됐다. 미국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2020년 5월 한 차례 국내 복귀를 두드렸다.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싸늘한 여론만 확인한 채 결국 복귀 의사를 접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이번엔 강정호의 국내 보류권을 갖고 있던 키움 구단이 나서 영입을 밀어붙였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키움 구단은 KBO의 발표 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