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에서 8편 상영 특별전 열어

이창동 감독은 "OTT 영상물 연출 제의를 몇 차례 받았으나 거절했다"며 "할 만한 이야기인가라는 점이 중요한데 아직 그럴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한국 영화의 강점은 다양성인 듯해요. 일본 영화라 하면 뭉뚱그려진 이미지가 있고, 또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영화는 감독마다 색깔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영화 ‘밀양’과 ‘시’ 등으로 유명한 이창동(68) 감독이 데뷔 25주년을 맞아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고, 한국 영화의 현재를 짚었다. 29일 오전 전주 완산구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이 감독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로 전주를 찾았다. 특별전에는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와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등 이 감독의 전작을 포함해 최근 완성한 첫 단편영화 ‘심장소리’, 프랑스 감독 알랭 마자르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이 상영된다.
한국 영화는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다. “한국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영화제는 능력이 없는 걸로 여겨질 정도”다. “한국 영화의 존재조차 몰라주던” 25년 전과는 판연히 다르다. 이 감독은 “체감상으로는 1997년이 한국 영화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며 “25년 동안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한 듯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 압축 성장의 이유로 역동성을 꼽았다. 이 감독은 “K팝 등에서도 다른 나라 콘텐츠들이 지니지 못한 다이내믹한 힘이 느껴진다”며 “한국인들이 너무 힘든 사회 문제들을 이겨내며 살아오면서 생긴 생명력에서 비롯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부정적인 걸 넘어서서 어떤 긍정적인, 총체적인 힘을 가지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25년 동안 영화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토대로 “워낙 강압적이었고 사회 부조리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1980년대”를 꼽았다. 그는 “현실을 어떻게 예술 작업, 창작 작업에 반영할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가지게 된 정체성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이야기를) 숙성하다가 숙성이 안 돼서 유보하거나 접거나 그러니 지금 당장 (어떤 작품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공수표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득세로 극장 관람이 급감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극장 관람의 특별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OTT는 쉽게 쇼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영화 세계에 나를 맡기고 같이 느끼는 경험을 (관객들이) 쉬 저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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