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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전쟁 변곡점 될까

입력
2022.05.01 1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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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 인근의 렘벨시치즈나 천연가스 중계소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 인근의 렘벨시치즈나 천연가스 중계소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안에서는 두 나라 군대 간 교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밖에서는 러시아와 유럽, 러시아와 미국 간 여론전, 외교전, 경제전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서방 측은 전쟁 발발 후 대러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러시아 은행의 해외계좌를 동결했다. 특히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계좌를 동결한 것은 러시아 정부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정부가 서방 은행에 맡겨 두고 있던 외환보유액에 접근하지 못하면 국채 이자 및 채무를 제때 상환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기술적 디폴트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중 논란이 많았던 것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수입 문제이다.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가스 의존도는 40%에 달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구매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이미 유럽과 러시아 간에는 파이프라인이 깔려 있어 러시아산 PNG는 유럽이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옵션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경유국을 피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발트해 해저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드스트림' 사업은 상당히 유망한 사업으로 간주되었다.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유럽의 대러 가스 의존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자주 비판받아 왔다. 에너지안보를 '자국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사실 러시아산 가스는 유럽의 에너지안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에너지안보를 '혹시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에너지 공급 중단의 피해로부터의 안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러시아산 가스 의존은 문제가 된다. 이것이 러시아와 유럽 간 에너지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에도 유럽의 높은 러시아가스 의존이 비판받았던 이유이다.

우려하던 바가 현실이 되었다. 러시아는 4월 27일부터 폴란드,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4월 1일부터 루블로 결제하지 않을 경우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는 향후 루블로 결제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모든 '비우호적' 국가들에게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협박'이 아니라 그냥 '현실'이다.

그렇다면 드디어 러시아가 본색을 드러내며 가스를 '무기화'한 것인가? 글쎄다. 사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가 아니라면,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유럽 국가가 달러나 유로화로 가스 대금을 보내도 러시아 정부는 이를 받을 수가 없다. 즉 돈은 못 받고 물건만 보내는 격이다.

반면 루블화 결제의 경우에는, 외국 관련 회사들이 달러나 유로화를 모스크바로 보내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환전을 한 후 루블로 결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루블화 방어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실제로 이 정책이 발표된 후, 러시아 루블은 전쟁 발발 전 수준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가스 없이 잘 버틸 수 있을까? 럽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 탈탄소 정책을 지향해 왔고,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산 가스 및 원유 수입 금지를 계속 논의해 왔다. 그러니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탈피라는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그 속도와 시기가 유럽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빨라진 것뿐이다. 미국, 카타르, 노르웨이 등의 국제적 협조에 힘입어 유럽 국가들이 이 위기를 잘 넘기길 바란다. 다행히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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