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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입력
2022.04.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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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집회. 뉴스1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집회. 뉴스1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계 숙원사업인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건립 계획은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7,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동력을 얻었지만 착공 지연에 이어 최근 운영 주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변수가 되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 등에 따르면 이 병원은 2026년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전하는 서울 중구 방산동 미군 공병단 부지에 건립된다. 중앙의료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67명의 환자를 성공적으로 진료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 사태 때도 노숙인, 행려환자 등 취약계층을 돌보고 코로나 유행기에 사실상 전 병상(303병상)을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하는 등 명분이나 역량 모두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하기에 적당하다. 다만 이건희 기부금과 별도로 1,270억 원가량 예산을 투입하는 예산 부처의 타당성 검토가 늦어져 당초 계획보다 완공은 늦춰지는 분위기다.

□ 문제는 돌연, 운영 주체를 서울대병원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대통령직인수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재설계”한다고 밝혔는데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앙의료원보다는 국내 최고 수준 의료진(1,947명)을 보유한 서울대병원에 맡기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논의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 서울대병원의 인적 역량에 대한 의심은 없지만 우려도 크다. 감염병 대응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데 서울대병원은 그동안 대형 민간 대학병원과의 상업적 경쟁과 몸집 불리기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서울대병원은 2012년 재벌기업과 합작 투자한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했고, 의료기록 전산시스템 업체에 출자하는 등 공공병원 기능보다는 의료영리화에 앞장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때도 국립대 병원의 맏형으로서 역할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병원의 코로나 전담 병상(88병상)은 세브란스병원(98병상)보다 적다. 감염병 전문병원에 필요한 건 의료역량뿐 아니라 공공의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라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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