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 천문연 그룹장 경남 유치 반대 편지
"공론화 절차 없는 결정에 전문가는 무력감"
"경남은 생산기지...두뇌·신경을 대신 못 해"
과학계 인사들 '우주청 경남 설립 반대' 기자회견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치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상에 대해 한 우주전문가가 "공론화 절차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28일 인수위에 보낸 공개 편지를 통해 "우주 전담기관에 관한 국가적 논의가 오직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어젠다로 축소, 논의되는 현실"이라며 "30여년 간 한 분야에서 일해 온 전문가로서 무력감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 그룹장은 이어 "한국의 전문가들은 늘 이런 방식으로 대접받는다"며 "한쪽에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어떤 논의의 장에도 초대받지 못한 채 결정돼 버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철자 없이 결정하고 통보받는 현실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우리나라 우주정책의 미래를 이끌 우주청을 만들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선거 공약이나 균형발전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문 그룹장은 특히 "대전·충청은 국방우주, 공공우주, 상업우주를 관장하는 정부기관, 대학, 산업, 군조직이 입주한 국내에서 유일한 지역"이라며 대전·충청이 우주청 설립에 최적의 입지를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남은 생산기지가 있는 곳으로 손과 발이 두뇌와 신경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우주 분야에서 두뇌와 신경계가 있는 유일한 곳은 대전·충청지역"이라고 단언했다.
문 그룹장은 그러면서 "우주 전담기관의 대전행, 사천행을 선택하기 전에 국방우주, 공공우주, 상업우주를 어떻게 재편하고 활용할 것인지, 경남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 달라"며 "이런 논점을 가지고 공청회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과학계와 지역 학계, 우주관련 산업계 인사들은 이날 오후 인수위의 대전·세종지역 공약 대국민보고회가 열린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우주청 경남 설치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인수위가 깊은 논의 없이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을 발표한 것은 국가적, 산업적, 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결정이자 국가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매우 우려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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