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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정보 납품" 건당 10만원에 고객정보 넘긴 보험설계사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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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준 높은 정보 납품" 건당 10만원에 고객정보 넘긴 보험설계사 입건

입력
2022.05.02 15:15
수정
2022.05.02 16:02
10면
0 0

보험가입자 주민번호·휴대폰번호 등
텔레그램으로 다른 설계사에 팔아넘겨

보험설계사 A씨가 구매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겼다.

보험설계사 A씨가 구매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겼다.

보험설계사가 고객 개인정보 1,000건 이상을 다른 보험설계사들에게 팔아넘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된 정보엔 당사자 동의를 받았더라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해 이름, 휴대폰 번호, 거주 지역 등 민감한 신상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해당 설계사는 자신이 넘긴 개인정보가 다른 유출 정보보다 수준이 높다며 건당 1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경찰,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보험 가입자의 개인정보 1,078건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한 보험설계사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검찰에 송치했다가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재수사하고 있는 사안으로 조만간 사건을 재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대리점(GA)을 운영하면서, 다른 보험설계사에게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거주 지역, 근무처 등 신상정보를 팔았다. 아울러 고객의 보험 가입 이력과 보험료 납부액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A씨의 텔레그램 거래 정보엔 B보험사가 가입 고객을 상대로 진행하는 판촉 행사가 정보 출처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숨은보험금 찾기' 서비스를 조회한 결과라면서 고객이 보험 상품을 몇 건 가입했는지 밝히기도 했다. A씨는 해당 고객과의 미팅 장소와 시간도 알려줬는데, 자신이 미리 고객과 약속을 정한 뒤 다른 설계사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가공된 정보라는 점을 내세워 통상적 가격보다 높은 건당 10만 원을 받았다.

A씨는 개인정보 판매를 위해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내가 납품하는 DB(데이터베이스)들은 일반적 DB와 다르고 수준이 높다"며 "보험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 판매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여기엔 "(고객이) 모든 이용약관에 동의하도록 하려면 스타크래프트하듯이 재빨리 후룩후룩 지나가는 것이 좋다" "뭐가 궁금하냐고 물어보기보단 '내 눈을 바라봐'라고 한 허경영처럼 '너는 이게 니즈(필요 사항)야' 찔러주는 게 좋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A씨가 개인정보를 당초 수집한 목적에서 벗어나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려고 할 땐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을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에게 100만 원을 주고 개인정보 10건을 구입했다는 C씨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별도의 절차 없이 구두로 설명을 듣고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텔레그램으로 DB를 받았다"고 말했다. 설령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했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주민등록번호는 고유 식별 정보여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금융업 종사자의 불법 정보 거래는 또 다른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해악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 흥신소 등에선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가 있으면 변호사들도 사용하는 '합법적' 방식으로 주거지를 알아낼 수 있다" "휴대폰 번호만 있어도 '정식 절차'를 거쳐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파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가천대 교수)은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사람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피싱 사기만 해도 주민등록번호를 대면서 속이는 말을 하면 현혹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B보험사는 "계약된 바에 따라 GA가 우리 회사 고객 정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가 유출됐다면 전적으로 GA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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