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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숨쉬게 하자

입력
2022.05.02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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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
윤종록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데이터의 바다를 항해하는 AI세대
암기 대신 상상을 즐겨하는 세대
청년들에게 '21세기 실학'정신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 아이를 기르는 세대가 이번 대선 유권자의 주류였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하위 10개국에서 최상위 10개국으로 도약시키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환골탈태시켰다. 20세기 대한민국은 35억년 지구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인간의 모습을 기록했고 그들이 20대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당락을 가른 0.7%의 백지장 같은 승패는 두 세기의 간극에 선 청년들이었다. 2050년 세계 인구는 100억을 돌파하고, 평균 수명은 100세를 기록하게 된다. 인간이 1년을 건강하게 사는 단위를 1세라고 한다면, 1조(兆)세에 해당되는 지구의 부양능력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애초 척박한 지구였기에 35억년간 지구는 겨우 16억 명의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고 평균 수명은 25세로써 330억 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질소비료가 발명되면서 불과 100년 만에 평균수명 60세, 인구 80억으로 지구의 부양능력은 4,800억 세로 늘었고 2050년에 1조세 시대가 열린다면 지구의 부양능력이 감당할 수 있을 지 염려가 크다.

출생률 0.8로 세계에서 가장 귀하게 태어난 대한민국 아이들은 오염되고 고갈되어가는 지구에서 그 누구보다 더 오래 살며 기성세대의 건강과 마지막 운명을 돌봐줄 고마운 세대다. 공해를 줄이면서 오히려 생산은 늘리고, 물을 적게 사용하며 농업을 혁신하고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석회암 퇴적층을 쌓아야 할 주인공이 그들이다. 이들은 암기하기를 싫어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며 익숙한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눈을 번득인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아이폰(1)을 모방하여 갤럭시(2)로 만드는 수평적 확장을 뛰어넘어 0을 1로 만드는 수직적 혁신이라야 직성이 풀린다. 남이 만들어 놓은 1을 2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이라는 0을 혁신이라는 1로 만들 줄 아는 소프트파워 강자를 지향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조차 없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 세대다.

지난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은 유권자 분포상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지구상에 가장 오래 남을 세대, 혁신의 원료인 상상력을 가진 유일한 세대, 빅데이터의 바다를 항해하는 AI세대로서의 위상을 재발견 해야 할 때다. 기성세대의 확고부동한 기득권 아성이 열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들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은 웬만한 기성세대의 1년치를 능가한다. 기성세대들이 과거로의 여행인 기억을 더듬을 때 이들은 그 누구도 아직 안 가본 미래로의 여행, 상상의 귀재들이다. 이들의 가치는 소프트파워를 대표하는 상상에 있다. 상상력은 더 이상 예술가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육, 금융, 제도, 문화 어떤 영역이든 남의 발자국을 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길을 내는 것이다.

이미 200년 전에 다산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정조대왕이 마련해준 규장각을 통해 '실사구시, 법고창신, 이용후생'을 천명하고 20세기의 여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조대왕의 갑작스런 붕어로 사색당파 중 가장 명분 없는 '벽파'들이 득세하여 다산을 비롯한 청년 실학자, 서학도들이 일거에 소탕되어 중세 암흑기로 후퇴해버린 통한의 역사를 되새겨 보자. 다산의 경세유표 서문에 한탄한 글귀가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하고야 말 것이다'

그 후 딱 100년 만에 조선이 또 한번 일본에 무릎 꿇고 말았고 그 연유로 허리가 두 동강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 데이터 대항해 시대라는 '실학21'의 순간에 와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심호흡을 가다듬어 도약하게 하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가 시대정신이다.

윤종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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