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까지 '보화수보-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전

'보화수보-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화려한 보물을 모아둔 집('보화각')의 문이 7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6월 5일까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열리는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전을 통해서다. 보화각 보수 정비 전 마지막 전시다.
전시에는 대중에 최초 공개되는 권우(1363~1419)의 '매헌선생문집' 초간본과 김광국(1727~1797)이 수집한 그림 30점이 수록된 '해동명화집' 등 보물급 문화재가 나왔다. 최근 2년간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 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 150건 중 엄선한 8건 32점이다. 보화각 1층 전시 장소가 협소한 탓에 작품 수는 적지만 향후 보물 지정 가치가 높고 작품성이 뛰어난 문화재들로만 추렸다.

심사정(1707~1769)의 '삼일포'. 벌레 먹어 생긴 하얀 점이 눈 내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간송미술관 제공
우선 눈에 띄는 '해동명화집'은 지정문화재에 버금가는 명품이다. 안견 '추림촌거', 신사임당 '포도', 한시각 '포대화상', 김홍도 '낭원투도', 장승업 '송하녹선' 등 조선시대 전 시기에 작품이 걸쳐 있어 조선 회화사 연구에 중요 사료로 꼽힌다. 이 중 심사정의 '삼일포'는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유명한데, 알고 보면 점점이 화면을 채운 하얀 눈은 벌레 먹은 자국이다. 이 또한 그림의 일부로 오래 인식돼 온 터라 보존처리 과정에선 결손부를 완전히 메우지 않고, 일부를 그대로 남겨 뒀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당초 '해동명화집'은 28점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조맹부 '엽기도'와 조영석 '노승헐각'이 이 화첩에서 떨어져 나온 작품으로 확인된 것이다. '해동명화집' 수록 그림은 30점으로 늘었다.

권우(1363~1419)의 문집인 '매헌선생문집'. 간송미술관 제공

민영익(1860~1914)의 '운미난첩'. 간송미술관 제공
정몽주의 제자이자 세종과 정인지의 스승인 권우의 문집 '매헌선생문집'은 1452년 간행된 초간본으로 추정된다. 조선 전기에 출간된 개인 문집은 굉장히 드문 데다 이 책의 초간본도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자료로 알려졌다. 조선 말 민영익이 묵으로 그린 난 그림 72점을 묶은 '운미난첩', 조선의 문인화 대가 이인상의 시·서·화를 모은 '원령희초첩'도 선보인다.

7년여 만의 전시이자 보화각 보수 정비 전 마지막 전시가 열리는 간송미술관 보화각. 1938년 건립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국가등록문화재이다. 뉴시스
보화각 2층은 텅빈 채로 관람객을 맞는다. 도자 등을 주로 전시하던 이 공간은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하반기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이다. 1971년 첫 전시 이후 매년 봄·가을 두 차례 특별전에만 문을 열어 '은둔의 미술관'으로 불렸다. 그마저도 201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협력 전시와 코로나19 사태, 수장고 신축 공사로 줄곧 휴관 상태였다.
전시는 무료로, 간송미술관 홈페이지에서 2주 단위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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