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9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인사'
인간에 한없이 가깝게 만들어진 휴머노이드가 존재한다면, 이 휴머노이드와 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휴머노이드의 최종적인 진화가 결국 인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면, 이 휴머노이드는 육신의 고통과 공허 같은 인간의 취약점까지 닮아야 하는 것일까?
김영하 작가의 9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내세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2년 전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서재에서 연재, 독점 출간했던 것을 개고한 것이다. 당초 밀리의서재에서 선공개 2~3개월 뒤 일반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하기로 계획했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해 2년으로 미뤄졌다.
이야기의 전체 개괄은 밀리의서재 버전과 비슷하다. 근미래 한국, 그중에서도 평양에 있는 인공지능 연구소 휴먼매터스에서 연구원 아빠와 함께 사는 소년 철이가 어느 날 인간형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끌려간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발효된 세계에서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질문과 맞닥뜨린다. 철이가 수용소에서 만난 복제인간 선이와 또 다른 휴머노이드 민이와 함께 겪는 모험과 성장이 소설의 큰 틀이다.
이야기를 단순화해 생긴 빈 공간에는 대신 철학적 사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인공의 이름 ‘철이’가 철학에서 따왔으며 또 다른 인물들의 이름이 선이, 달마, 데카르트, 칸트, 갈릴레오라는 점에서도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다다르고 싶어하는 답이 철학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마주치게 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만일 고통이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까? 살아있는 동안 고통이 필연이라면, 어떻게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가끔 내가 그저 생각하는 기계가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안도하게 된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벌써 작별을 염려할 때, 다정한 것들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날을 떠올릴 때, 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 이야기의 마지막, 인류는 절멸하고 살아남는 것은 기계지능의 의식뿐이다. 그러나 그 절멸이 비극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다는 것을, 한때 이곳에 존재했고 언젠가는 떠나갈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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