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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목숨 앗아간 '공군 훈련기' 충돌사고, 결국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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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목숨 앗아간 '공군 훈련기' 충돌사고, 결국 '인재'였다

입력
2022.04.27 19:00
수정
2022.04.27 19:12
10면
0 0

선도기, 구름 피하려 경로 변경
뒤따르던 항공기에 통보 안 해

1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에서 훈련 중이던 훈련기 두 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하면서 4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로 추락한 훈련기 잔해. 뉴시스

1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에서 훈련 중이던 훈련기 두 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하면서 4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로 추락한 훈련기 잔해. 뉴시스

이달 초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군 KT-1 훈련기 공중 충돌사고’는 선도비행을 하던 훈련기가 뒤따르던 항공기에 경로 변경을 통보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조사됐다. 편대비행 1번기에 탑승한 비행 교수가 옆에 탄 학생 조종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구름을 피하려 경로를 바꿨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뒤따르던 2번기와 반대편에서 계기비행(계기판에 의존한 비행)을 하던 또 다른 훈련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불운의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기체 결함이나 비상탈출 시도 장치인 사출계통에는 이상이 없었다. 상공에 있는 항공기가 같은 지점에서 만날 확률은 수백만분의 1로, 훈련기가 공중 충돌한 건 초유의 일이다.

공군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는 1일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에서 비행훈련을 위해 이륙한 KT-1 훈련기 3대 중 두 대가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당일 오후 1시 32분쯤 편대비행 훈련에 나선 같은 대대 소속 훈련기 두 대가 10초 간격으로 먼저 이륙했고, 35초 뒤 다른 대대 소속 훈련기 한 대가 계기비행을 위해 하늘로 떠올랐다. 이들은 서로 다른 대대에 소속된 탓에 같은 시간대에 비행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다만 애초 계획된 경로라면 구간이 겹치지 않아 지침을 어긴 건 아니었다.

문제는 편대비행을 선도한 1번기가 구름을 회피해 경로를 바꾸면서 발생했다. 편대 대형을 유지하는 2번기에 의무적으로 경로 변경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지키지 않은 것이다. 당시 1번기 조종간은 비행교수가 잡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방향을 틀면서 계기비행 훈련기 항로와 겹치게 됐다. 앞서 가던 1번기는 580m 전방에서 계기비행 훈련기를 발견하고 급강하해 충돌을 피했지만 뒤따라오던 2번기는 그대로 충돌했다. 당시 시속은 290㎞로 조사됐다.

공군은 엄청난 충격으로 이장희ㆍ전용안 비행교수와 차재영ㆍ정종혁 대위(추서계급)가 즉사했다고 보고 있다. 탈출을 시도한 흔적은 없었고 당시 낙하산 두 대가 펴진 것은 충격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비행 절차를 정확히 준수하지 않았고 충돌 직전 항공기를 발견했을 때 적절한 회피 기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여기에 임무 조종사들의 전방 공중 경계 소홀과 관제사의 적극적 조언 부족도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공군은 임무 중 과실이 드러난 비행교수와 관제사, 지휘책임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또 모든 조종사와 관제사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하고, 상공에서 항공기가 서로 근접하는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지 출항 때 최소 10㎞ 전방까지 전진한 뒤 선회하게 입출항 절차를 개선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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