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가라앉는 것 같아. 지금까지 고마웠어. 신세를 졌네.”
지난 23일 일본 홋카이도의 시레토코(知床)반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관광선에 탔던 70대 남성이 아내에게 건 마지막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7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사가현에 사는 이 남성은 사고가 난 23일 오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사연을 전한 처남(69)의 말에 친족들은 “무서웠을 텐데, 그 사람답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남성은 종업원이 몇명 있던 제재소를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아 20여 명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시키고 아들과 함께 경영해 왔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처남은 매형이 “일에는 엄격하지만 배려심이 많았다”며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고, 손자도 귀여워해 줬다”고 회고했다.
이 남성 외에도 사망자나 실종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탑승자 26명 중 11명이 발견돼 모두 사망이 확인됐는데, 이 중에는 3세 여아의 시신도 있었다. 함께 승선했지만 부모는 발견되지 않았다. 조부모는 아이의 신원 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 손녀의 시신을 보고 조용히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 20대 남성은 연인의 생일을 맞아 ‘깜짝 청혼’을 할 계획으로 반지까지 마련해 함께 탑승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관광선 운항회사의 안전불감증 때문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파도가 높고 날씨가 좋지 않은데 운항에 나선 점, 지난해 좌초해 배에 문제가 있었지만 제대로 수리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해당 운항사는 대우가 좋지 않아 많은 직원들이 사직하면서 경험 많은 인원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관광선을 운항하는 다른 회사의 사장은 NHK 방송에 “2005년 시레토코 반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후, 가까이 접근해 야생 곰을 관찰하는 소형 관광선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육지에 가깝게 운항해 고난도의 경험과 기량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를 낸 회사가 날씨가 안 좋아 다들 출항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영업하는 일이 꽤 있었다며 “위험한 운항을 그만두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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