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환경스페셜' 팀 배용화·김가람 PD 인터뷰
8년 만에 돌아온 '환경스페셜' 종영
생태 다양성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
"환경 문제는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환경 전문 다큐멘터리인 KBS '환경스페셜'은 지난해 3월, 8년 만에 부활했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를 위해' 매주 방송을 준비해온 제작진에게 돌아온 '환경스페셜'은 더욱 특별했다. 지난달 14일 최종회를 마지막으로 42부작의 대장정을 마친 '환경스페셜' 팀의 배용화, 김가람 PD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만났다. 1999년 5월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20여 년 전 '환경스페셜' 제작에 참여했던 당시 5년 차 배 PD는 지금 팀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김 PD는 10년 차지만 '환경스페셜'에 합류하면서 처음 환경 다큐를 제작하게 됐다.
'환경스페셜'은 2000년대 초반부터 플라스틱의 바다 유입,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대이동, 생태계 교란 등을 다뤄왔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경제 성장이 우선시됐다. 상대적으로 환경의식이 높아진 지금과 시청자 반응도 달랐다. "2003년도에 '또 하나의 전쟁, 이산화탄소를 잡아라' 편이 있었어요. 뜬금 없는 얘기죠. '웬 이산화탄소야, 산소도 부족한 시대에 무슨 이산화탄소를 잡냐'는 반응이 나오곤 했죠."(배 PD)
'환경스페셜'은 2013년 4월 3일 종영하기까지 539회에 걸쳐 '갯녹음 확산, 바다숲이 사라진다'(2004), '위기의 바다 3부작'(2004), '생물 대 이동: 뜨거워지는 한반도'(2005) 등을 다뤄왔다.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배 PD는 "당시에는 '오버 아니냐', '너무 호들갑 떤다'는 얘기가 나왔던 게 지금은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시청자들도 바닷가에 쓰레기가 쌓이는 걸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서 (환경 문제가) 남의 얘기가 아닌 현실이라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아이템을 찬찬히 읽어내리는 배 PD 옆에서 김 PD 역시 "제가 처음 합류하고 아이템 뭐 할까 하면서 목록을 봤는데, 그간 안 한 게 없더라"며 "다시 봐도 급진적인 이야기를 다뤘던 것 같다"고 했다. 김 PD는 "10년 넘게 지난 지금은 2021, 2022년의 얘기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며 "못 봤던 그림, 현장이 하나는 꼭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에서는 입고 버린 옷이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모여 거대한 옷 무덤을 이룬 모습, '먹다 버릴 지구는 없다' 편에서는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간 생각지 못했던 장면을 비추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패션 커뮤니티에 영상을 올리시면서 '(옷) 그만 좀 삽시다', '저는 장바구니 비웁니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하하."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바다, 갯벌, 산으로 종횡무진했다. 직접 바다에 잠수하거나 산에서 동물을 포착하기 위해 혹한에 떨기도 했다. 지난달 7일 방송된 '사향노루, 돌아온 전설' 같은 최초 보고가 그 결과물이다. '환경스페셜' 팀 정승안 PD는 지난해 겨울, 40여 일간의 야외 촬영 끝에 멸종 위기에 몰린 사향노루를 방송 최초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한평생 야생동물을 따라다닌 전문가조차 도감에서만 봤다는 사향노루의 모습, 교배 장면, 울음소리까지 시청자에게 전했다.
사향노루, 반달곰, 상괭이 등 '환경스페셜'에서 다룬 생태 다양성의 위기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 PD는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가 서너 개밖에 없다고 하면, 하나가 사라지면 다 끝나는 격"이라며 "환경이 단순해지면, 삶과 죽음도 단순해진다"고 경계했다.
'환경스페셜'은 더욱 깊은 노하우를 담아 오는 9월 10부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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